입주 끝난지 언젠데 아직도... 유보금 펑펑 쓴 정비사업 청산조합

서울 반포구의 한 아파트 재개발 공사현장 모습. 뉴시스

 # 서울 서대문구 A재개발조합은 2016년 10월 해산 이후 10년째 청산 작업을 진행 중이다. 여전히 청산인은 월 500만원, 사무장은 350만원을 꼬박꼬박 월급으로 타가고 있다. 이 조합은 하자 보수 등을 둘러싸고 5건의 소송을 벌이고 있다. 해산 때 257억원이었던 잔여재산은 이제 13억원밖에 남지 않았다. 

 

 입주까지 마친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청산 과정에서 조합원에게 돌아가야 할 막대한 유보금이 소진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1일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17개 시도 미청산 조합 현황 전수조사 자료에 따르면 현재 조합 해산 이후 청산 단계에 들어가 있는 아파트 단지는 전국에 347곳 있다. 이들 미청산 조합의 해산 당시 잔여 자금은 1조3880억원 규모였으나 올해 1월 기준으로 남아 있는 잔여 자금은 4867억원이다.

 

 청산은 재건축∙재개발 조합 해산 이후 자산∙부채를 정리하고 남은 돈을 배분하는 최종 정산 과정에 해당한다. 조합은 아파트 소유권 이전이 끝나면 1년 이내에 해산 총회를 열고 청산인을 선임해 재산 관계를 정리해야 한다. 해산 때 남은 돈은 조합원들에게 1차 환급하고, 소송 대응, 세금 납부와 채권 추심∙변제 등을 위한 유보금을 남기고서 청산 체제로 들어가게 된다. 청산인은 통상 기존 조합장이 맡는다.

 

 그런데 상가∙아파트 소송이 끝나지 않았다거나 세금 납부 및 환급 문제가 정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청산인이 차일피일 청산을 미뤄 조합원들과 갈등을 빚는 사례가 많다. 조합 해산∙청산이 지연되면 조합 운영에 각종 경비가 들어가고 조합원에게 가야 할 청산금이 줄어 조합원이 금전적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전국에서 미청산 조합이 가장 많은 곳은 서울이다. 156개(46%) 미청산 조합이 잔여 자금 9593억원을 갖고 청산 절차에 돌입했으나 현재 남은 자금은 2831억원이다. 6752억원(70.4%)이 소진된 것이다.

 

 그나마 지난해 6월부터는 도시정비법 개정으로 관리의 사각지대에 있던 재건축∙재개발 청산 절차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감독할 수 있게 됐다. 특별한 이유 없이 청산을 미룬다면 정부∙지자체가 청산인을 수사기관에 고발할 수 있다. 서울 서초구는 지난해 10월 재건축 조합원 피해예방과 신속한 정비사업 청산을 위해 전국 최초로 미청산 재건축조합 청산제도를 신설하기도 했다. 

 국회에선 해산∙청산 단계에서 조합원들의 정보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 김 의원은 정비사업이 끝난 이후에도 조합원이 관련 자료를 열람할 수 있도록 하고, 자료 보관 기간을 현행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의 도시정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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