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 직속 기구인데 대통령이 없으니….”
글로벌 바이오경제 시대에 대응한다던 국가바이오위원회가 출범 3개월째인 현재까지도 존재감이 흐릿하다. 바이오산업에 남다른 관심을 보인 윤석열 전 대통령이 컨트롤타워로서 위원장을 맡을 계획이었으나 12·3 비상계엄으로 이달 4일 파면되면서 구심점이 사라진 탓이다. 22일 한 바이오 업계 종사자는 “기구의 수장이 참여하지 못하니 위원회 활동도 힘을 얻지 못하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위원회는 보건·의료·식량 등 바이오 전 분야에서 민·관 협력을 통해 비전과 전략을 제시하고 바이오 경제 및 안보 분야에서 지속가능한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을 논의·결정할 기구로 준비돼왔다. 당초 지난해 중 출범 예정이었으나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으로 손발이 묶이며 차일피일 미뤄지다 지난 1월 23일 최상목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나서 출범을 선언했다.
출범식 당시 바이오 5대 강국 도약을 외치며 한국형바이오 클러스터 구축, 인공지능(AI)·데이터 기반 바이오 연구개발(R&D) 추진, 1조원 이상 규모의 민관펀드 조성 등을 주요 목표로 세웠지만 아직 이렇다 할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특히 기업 입장에서는 육성 정책의 제시와 자금 지원을 기대했지만 이러한 부분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위원회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과 중국은 정부가 나서 바이오 분야에 대한 체계적 지원책을 마련하는데 우리나라만 표류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실제 일본은 2015년부터 일본의료연구개발기구를 통해 바이오 주권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을 벤치마킹한 해당 기구는 보건·의료 거버넌스를 통합해 관련 사업을 효율적으로 관리한다. 중국은 2000년대부터 생명공학을 전략적으로 육성해왔고, 미국 정부는 이런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생물보안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위원회가 우여곡절 끝에 어렵게 출범했고 여전히 컨트롤타워 부재 상태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위원회는 출범 후 정기적으로 회의를 열면서 산업계 의견을 수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6월 3일 대선 이후가 중요하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 국가바이오위원회와 같은 컨트롤타워가 산업 전반을 통합해 로드맵을 그릴 수 있어야 한다”며 “이를 위한 지원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