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젊은 부자들이 늘고 있다. 코로나19 시기에 가상자산 또는 주식 투자로 높은 수익을 내고 직장을 떠났다는 20~40대의 이야기를 적지 않게 접했다. 투자를 중심으로 자산을 키운 이들이 늘어난 가운데 베이비부머들의 자산이 자녀 세대로 이전되면서 이른바 영리치(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49세 이하 자산가)의 규모가 커지고 있다. 22일 본지는 금융투자를 통해 수익을 낸 이들을 비롯해 상속·증여로 부를 쌓은 영리치의 소비 문화와 투자 전략, 자산관리 등을 분석해봤다.
영리치의 수는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우상향하는 증가세를 보였다. 하나금융투자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이 기간 총인구 수에 큰 변화가 없음에도 부자 고객이 증가하는 것은 부의 규모가 확대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진단했다.
우선 투자에서 영리치들은 안정성에 무게를 둔 투자를 하면서 올드리치(50대 이상 자산가)와 비교하면 주식과 가상자산 같은 고위험 고수익을 추구하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리치의 재정을 보면 자산은 평균 60억원대를 유지했고, 이 중 절반인 30억원대를 금융자산으로 움직이며 금융을 활용해 자산을 증식·운용하는 경향이 강했다.
지난해 영리치의 금융자산 중 저축이 58.3%, 투자자산이 41.7%를 차지했다. 투자할 때는 해당 분야에 대해 충분히 공부한 뒤 시작한다는 비율이 45%로 올드리치(38%)보다 높았다.
소비에서는 가격 대비 품질을 고려한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환경을 고려한 소비에 높은 가치를 두면서 미래를 대비한 환경보호 실천이 절실한 세대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을 비롯해 대체자산인 예술품에 대한 투자도 주목했다. 금과 예술품에 대한 투자 비율도 40%로 높은 관심을 보였다.
영리치의 소비는 가격 대비 품질을 고려한 합리적 소비를 추구하면서도 품질이 보장되는 유명 브랜드 제품이나 남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명품을 선호하는 비중이 올드리치보다 월등히 높았다.
금융권에서도 영리치가 주력 고객으로 떠오르면서 이들의 시선에 맞춘 교육과 프로그램을 펼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예술에 초점을 맞춘 네트워킹 장을 강화했다. 신한은행이 넥스트 리더스 프로그램으로 교양 클래스와 스포츠 등 교류의 장을 마련했고 하나은행은 하나 더 넥스트 패밀리오피스로 영리치와 시니어를 위한 공간을 조성했다.
대형 증권사들은 자산관리(WM)서비스를 영리치까지 확대해 이들의 경영 교육, 역량 개발 등 경영자 역량을 키우는 세미나, 아카데미 등을 제공하고 있다.
이한재 신한 프리미어 패밀리오피스 반포센터 프라이빗 뱅커(PB) 팀장은 영리치가 금수저형과 자수성가형으로 나뉘며 이에 따라 자산을 관리하는 태도와 니즈도 다르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 팀장은 “안전한 관리를 이어가는 금수저형과 반대로 자수성가형은 적극적이고 액티브한 전략에 관심을 두고 있다”면서 “지금처럼 미·중 무역갈등으로 글로벌 증시 변동성이 확대될 때는 손실을 최소화하는 전략으로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