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기업 3년차 회사원으로 직장생활을 하던 A씨는 지난 2020년 코로나19 당시 근로소득에 신용대출을 받고, 마이너스 통장까지 만들어 주식과 가상자산에 2억3000만원을 투자했다. 그 결과 1년 만에 35억원을 벌고 29세에 회사를 그만뒀다. 그의 투자 성공 스토리는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고 방송과 유튜브, 책을 통해 널리 전파됐다. 이후 사업가라는 새로운 길을 선택해 드라마 제작사를 차렸다. 그 사이 그는 미국 주식, 전환사채(CB), 비상장 주식 투자로 3년 만에 자산을 다시 최대 80억원으로 불렸다. 자신처럼 자력으로 수십억원 수준을 번 사람들을 모집해 모임도 만들었다. 현재 모임을 통해 다양한 사람과 교류하며 사업 아이디어를 얻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이처럼 A씨 같은 사람을 영리치라 부른다. 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가 발간한 2025 대한민국 웰스 리포트에 따르면 영리치는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40대 이하 자산가를 가리킨다. 이들은 탄탄한 자금과 적극적인 투자 의지를 갖고 인생 전반을 전략적으로 설계하는 것이 특징이다. 투자도 사랑도 감정보다는 데이터와 기준에 기반한 결정을 선호하며, 외부 조언보다 스스로 학습하고 결정하는 경향도 강하다. 자산 형성 원천에 따라 자수성가형과 금수저형으로 나뉘며, 코로나19를 전후한 주식과 코인 투자 열풍으로 돈을 번 자수성가형이 급증하면서 새로운 부유층으로 급부상했다.
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에 따르면 영리치의 금융자산 중 투자자산 비중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들어 영리치의 투자자산 비중이 40%를 넘기면서 올드리치(38%)를 추월했다. 또한 투자를 시작한 계기를 보면 시장 상황에 따라 선택하는 유동적 투자상품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투자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소득을 모은 후(투자금 형성 후) 본격적으로 투자하기 위한 필수 투자상품으로 인지하고 있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투자를 시작했다는 의미다.
소비에서는 가격 대비 품질을 고려한 합리적 소비를 추구하면서도 품질이 보장되는 유명 브랜드 제품이나 남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희소가치가 있는 제품을 선호한다. 구매력이 역대급 수준으로 올라선 만큼 주요 백화점 점포들은 영리치가 좋아하는 럭셔리 브랜드를 입점시키고 있다. 학력, 직업, 유학 경험, 가문 등 사회적 지위나 인맥을 중시하는 성향도 있어 이들이 주기적으로 이곳을 찾도록 각종 자기계발·사교 행사를 열고 있다.
영리치의 결혼관 역시 전략적이다. 일반 대중보다 배우자 집안의 경제력을 중요하게 여긴다. 가족 분위기, 부모 직업, 이혼 여부 등도 결혼 상대 선택에 영향을 주는 기준으로 작용했다. 예단, 이바지, 신혼집 인테리어 등 집안 간 결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웨딩촬영, 드레스 등 개인 만족보다는 가문의 체면과 결속을 중시하는 태도다. 결혼을 사람 간의 사랑보다 가문과 가문의 결합으로 인식하는 시각이 반영되고 있다.
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는 “영리치는 금융기관의 도움이 없더라도 스스로 능력을 갖추고 금융 포트폴리오를 세계적으로 확장시키며 새로운 투자 방식으로 부를 축적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부를 표현하는 방식도 본인의 가치에 따라 좀 더 자유롭고 적극적으로 나타낼 것이며, 돈과 능력을 동시에 추구해 부자의 위상을 더 까다롭게 지켜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