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중국에 대한 관세 유예 카드를 꺼내면서 두 나라 간 갈등이 한층 누그러진 상황이다.
중국은 미국과의 관세 전쟁 휴전 합의에 따라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추가 관세율 125%를 10%로 조정한 조치를 14일 시행하기 시작했다. 종전 대미 추가 관세율 125% 중 91%포인트의 적용을 정지했고, 남은 34% 가운데 24%포인트는 90일 동안 시행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미국 백악관도 지난 12일 행정명령을 통해 미·중 합의 내용을 반영해 관세율을 조정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당시 행정명령에서 수정된 관세 적용 시점을 동부시간 기준 14일 0시 1분으로 명시하기는 했지만, 이날 별도로 관세율 조정 시작과 관련한 별도의 공식 발표는 하지 않았다.
중국은 미국에 대한 각종 비관세 보복 조치도 철폐하기로 했다. 중국중앙TV(CCTV)는 이날 “4월 2일 이후 미국의 관세 인상에 대한 다른 비관세 반격 조치는 중국 관련 부문이 조만간 상응해서 중단·취소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본격적인 협상과 함께 새로운 전환이 가시화 될 전망이다.
◆왜 서로 한발 물러섰을까
결국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은 양 측에 엄청난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각인시켰다.
최근 미국소매협회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미국의 수입은 전년 대비 최소 20%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투자은행 JP모건도 중국으로부터 수입이 75~80%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은 신발, 의류, 가전제품, 마이크로칩, 유아용품, 완구, 스포츠 장비, 사무기기 부품 등 일상 제품 대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수입품이 줄어들고 가격이 상승하면서 미국 물가도 오르기 시작했다.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들은 얼마 전 트럼프발 무역 전쟁으로 인플레이션 주요 지표가 연말까지 사실상 두 배인 4%로 상승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실제로 각종 지표가 흔들렸다. 대중국 추가 관세 145%를 발표하면서 미국은 약 한 달 동안 주식·채권·통화가 타격을 받았다. 최근 발표된 미국 1분기 경제성장률 역시 애초 예상보다 낮은 마이너스 0.3%를 기록했다. 수입품 사재기 현상도 심화하면서 무역 적자가 오히려 증가하고 한동안 진정됐던 인플레이션이 다시 심화될지 모른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중국 정부도 겉으로는 자신만만했지만 속이 타들어가긴 마찬가지였다. 소비 부진 및 청년·저소득층 실업 문제가 심화했던 상황이라 협상이 절실했다. 지난 3월 중국 청년층(16∼24세, 재학생 제외) 실업률은 16.5%로 3개월 연속 16%를 넘겼던 상황이다. 결국 공멸을 피하기 위해 서로를 향해 내달리던 두 나라가 막판 협상에 돌입한 셈이다.
◆미국발 글로벌 관세전쟁…우리나라 영향은?
우리나라 역시 관세 여파를 체감 중이다. 철강과 알루미늄(이상 파생상품 포함)의 1분기 대미 수출액은 각각 17.8%, 7.6%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 두 품목 대상 발효된 미국의 25% 관세 부과가 악영향을 끼친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근 한국은행·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0일까지 승용차 수출은 11억22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2% 감소했다. 국내 자동차업계는 미국 현지에서 대량 재고를 통해 소비자 가격을 올리지 않으면서 지난 4월까지는 관세의 영향이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자동차 부문 역시 이달 혹은 6월부터는 직접 영향권에 든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미국과 중국이 90일 유예 기간 이후 갈등 완화가 실현된다면 장밋빛 미래가 기대된다. 미국 내 소비심리 개선 및 경기회복으로 우리 기업들의 자동차 수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골드만삭스는 미중 관세 전쟁 완화로 미국의 경기침체 확율을 기존 45%에서 35%로 하향했다.
한 업계 전문가는 “일시적으로 고율 관세가 낮아진 것은 양국 기업에게는 호재겠지만 아직 관세전쟁이 완전히 끝난 게 아니라 휴전 형식을 취했을 뿐”이라며 “괄목할만한 것은 이번 관세전쟁을 일으킨 장본인인 트럼프가 한층 누그러진 상황으로 향후 협의에 여지를 열어둔 것은 긍정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