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사에 순살 닭고기 10개를 주문하면 3개 정도만 들어오는 수준이다.”
국내 대표 치킨 가맹점이 영업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겨울 조류 인플루엔자와 이상 기온 등의 영향으로 닭고기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다. 부분육과 순살육 메뉴를 주로 판매하는 가맹점이 문제다. 15일 피세준 굽네치킨 가맹점주협의회 회장은 “지난해와 비교하면 수급이 제대로 안 되는 시기 매출이 20% 정도 줄었다”고 주장했다.
이날 굽네치킨 가맹점주협의회에 따르면 굽네치킨 순살 닭고기 공급이 지난 2월1~19일까지 제한된 데 이어 지난 3월19일부터 현재까지 수급이 불안한 상황이다. 피 회장은 3월 일부 점주와 서울 강서구 굽네치킨 가맹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런 문제 해결과 분쟁 조정을 요구했지만 아직 본사로부터 뚜렷한 대책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교촌치킨도 비슷한 상황이다. 부분육 메뉴(허니콤보)가 주력인 점주들이 본사로부터 닭고기를 충분히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교촌치킨 가맹점을 운영 중인 A씨는 “지난해 말부터 부분육 수급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평소의 20~30% 수준”이라고 말했다. 푸라닭 치킨도 지난 2월부터 순살 닭고기 수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본사 업체들도 나름의 사정을 토로하고 있다. 굽네치킨 측은 “조류 인플루엔자 발생에 따른 도계량 감소와 계육 업체의 닭가슴살 재고 누적, 경상권 산불로 인한 양계장 피해 등 이슈가 겹쳐 계육 공급량이 줄면서 일시적으로 모든 매장에 안정적인 공급이 어려운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여름 성수기까지 겹치면 단기간 내 해결이 어려울 수 있다”며 “원재료 수급 안정화를 최우선 과제로 두고 협력사와 공급망 다변화, 메뉴 다양화 등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교촌치킨 관계자는 “부분육을 전문으로 공급하는 업체는 비선호 부위인 닭가슴살과 안심을 따로 처분해야 하는 부담이 커 많지 않은 데다 부분육 가격 자체도 한 마리보다 비싼 편”이라며 “여기에 최근 부분육 메뉴를 출시하는 업체가 많아지면서 수급이 더욱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 육계 출하량이 줄면서 생닭 시세가 올랐고, 비선호 부위의 가격을 올릴 수 없는 부분육 공급 업체가 적자를 줄이기 위해 부분육 생산을 축소했다. 가공육 공급 업체들의 전반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교촌치킨은 “부분육 메뉴 대신 한 마리 메뉴를 추가로 개발하는 등 수급 개선을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며 “가맹점주와 맺은 확약 사항을 포함해 가맹점주의 수익 개선을 위한 다양한 방안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부 교촌치킨 가맹점주가 지난 2월 물류비 인하와 닭고기 공급 정상화를 요구하자, 가맹본부는 연평균 닭고기 입고량이 일정 수준 이하로 줄어들면 보상하고 물류대금을 낮추겠다는 내용의 확약을 맺은 바 있다.
이번 닭고기 품귀 현상에 농림축산식품부는 저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 유행과 이상 기온, 큰 일교차로 인해 종란의 생육에 지속적인 차질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종란은 부화시켜 육계로 출하하는 계란으로, 통상 육계로 출하하기까지 기간은 50일이 걸린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육계 출하량이 1%만 줄어도 시장 공급에 문제가 생기는데,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출하량이 지난해 동기보다 약 4.3% 줄었다”며 “최근 부화장에 들어간 종란의 생육 상황이 좋아 다음달 말이면 업체들이 닭을 차질 없이 공급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