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이라더니 ‘꼼수’였다... 정부지원 할인행사 직전 가격 올린 대형 업체들

한 시민이 대형마트에서 시금치를 구매하고 있다. 뉴시스 

일부 대형 유통업체들이 2023년에 정부의 지원을 받아 농산물 할인 행사를 하면서 행사 기간 직전에 가격을 올린 뒤에 이를 다시 인하해 할인한 것처럼 파는 눈속임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 농식품부는 이를 방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18일 이같은 내용을 포함한 '농식품부 정기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농식품부는 2022년부터 소비자 부담 경감 목적으로 할인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유통업체가 농산물에 대해 20% 할인 행사를 진행하면 정부가 구매자 1인당 1만원 한도에서 할인액을 보전하는 사업이다. 농식품부가 매년 할인 행사 업체를 선정하고 매주 지원품목을 지정하면 업체에서 할인 판매 후 정산을 신청하게 된다.

 

그런데 감사원 감사 결과 대형 유통업체들이 할인 행사 직전에 가격을 인상한 후 할인 행사를 하는 꼼수를 부려온 것으로 나타났다. 6개 대형업체가 2023년 6~12월 313개 품목을 대상으로 진행한 행사를 살펴보면 행사를 시작한 주에 132개 품목 가격이 인상됐고 이 중 45개 품목은 20% 이상 인상된 후 할인 행사가 진행됐다.

 

또 다른 문제는 농식품부가 지난해 9월 이같은 사실을 확인하고도 방치해온 것이다. 아울러 감사원은 "농식품부가 중소 유통업체를 차별해 대형 유통업체를 위한 별도의 할인 행사를 추진했다"라고 지적했다.

 

농식품부는 2023년 농식품부가 직접 지정한 품목만을 대상으로 할인 지원 행사를 하겠다는 내용의 할인 지원 사업 추진계획을 마련했다. 그러나 6개 대형업체로부터 할인 지원 품목 확대 요청을 받고 같은 해 2~5월 중소업체는 배제한 채 대형업체만을 대상으로 애호박 등 식품부 지정 외 48개 품목에 33억8000만원의 할인지원금을 지원했다.

 

또 농식품부는 2023년 12월 할인 지원 사업을 진행하면서 그동안 사업에 참여해 왔던 중소업체를 임의로 배제하고 대형업체만을 대상으로 사업을 하도록 한 뒤 119억원을 지원했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농식품부 장관에게 실효성 있는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통보하고 중소 유통업체를 제외한 채 대형 유통업체만을 위한 품목 지정이나 사업을 추진하지 않도록 주의를 요구했다.

 

아울러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2024년 여름철 배추 가격을 안정시킬 목적으로 비축한 봄배추를 가격이 안정적인 7월과 8월 초 과다하게 시장에 반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9월 가격 급등기에 비축 물량이 부족해 아무런 조치를 하지 못 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여름철 배추 수급 및 가격을 전망하면서 6월 생산하는 봄배추 저장업체의 저장량 및 출하시기 등을 조사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연구원은 지난해 9월 배추가격을 10㎏에 1만5000원으로 전망했지만 실제 가격은 10㎏에 2만48873원으로 40%의 오차가 발생했다.

 

감사원은 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에게 농산물 비축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주의를 요구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에게는 농업 관측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주의를 요구했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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