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분기에도 차입을 통한 투자와 주택 매입 수요가 이어지면서 가계부채 규모가 또다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부동산 대출 규제 영향으로 증가 속도는 다소 완만해졌지만, 신용대출과 투자 관련 자금 수요가 늘며 전체 가계신용은 2000조원에 바짝 다가섰다.
2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5년 4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978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분기 말보다 14조원 늘어난 규모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2년 이후 최대치다. 연간 증가액은 56조1000억원(2.9%)으로 2021년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를 기록했다.
가계신용은 2024년 2분기 이후 7개 분기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지만, 4분기 증가 폭은 전분기(14조8000억원)보다 줄었다. 가계신용에서 판매신용(카드대금)을 제외한 가계대출 잔액은 1852조7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1조1000억원 증가하며 역시 증가세를 이어갔지만, 3분기(11조9000억원)보다 확대 폭은 축소됐다.
상품별로 보면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영향으로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눈에 띄게 둔화됐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1170조7000억원으로 7조30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쳐, 전분기 증가액(12조4000억원)보다 크게 줄었다. 반면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은 3조8000억원 증가하며 증가 전환했다. 주식 투자 수요와 보험 약관대출 증가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대출 창구별로는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이 6조원 늘어 전분기(10조1000억원)보다 증가 폭이 줄었다. 반면 상호금융·저축은행·신협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은 4조1000억원 증가해 전분기(1조9000억원)보다 확대됐다.
특히 비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이 6조5000억원 급증하며 은행권 대출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보험·증권사 등 기타 금융기관 대출도 1조1000억원 늘었으며, 증권사 신용공여가 2조9000억원 급증해 투자 자금 수요 증가와의 연관성이 거론된다.
판매신용 잔액은 소비 회복과 연말 카드 사용 증가 영향으로 2조8000억원 늘어난 126조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개인 신용카드 이용액도 204조3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1조1000억원 증가했다.
한국은행은 주택담보대출 증가세 둔화에도 불구하고 신용대출과 증권사 신용공여 확대 등으로 가계부채 증가세가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다만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감안할 때 GDP 대비 가계신용 비율은 전년보다 낮아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