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침과 가래가 오래 지속되는데도 단순한 흡연의 영향이나 노화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이러한 증상이 반복된다면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만성폐쇄성폐질환은 중장년층과 고령층에서 흔하게 발생하는 대표적인 만성 호흡기 질환이지만 질환에 대한 인지도가 낮아 진단과 치료가 늦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유해 물질에 장기간 노출되어 기도와 폐 실질에 만성적인 염증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지속적인 기류 제한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염증이 지속되면 기도가 좁아지고 폐 조직이 손상되면서 공기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게 된다. 이로 인해 기침과 가래, 호흡곤란이 나타나며 시간이 지날수록 폐 기능도 점차 감소하게 된다.
대림성모병원 호흡기내과 안희윤 과장은 "만성폐쇄성폐질환은 단순히 숨이 차는 증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폐 기능이 지속적으로 저하되는 만성 질환"이라며 "조기에 발견해 적절히 관리하지 않으면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만성폐쇄성폐질환의 가장 중요한 위험 요인은 흡연이다. 담배 연기에 포함된 유해 물질은 기관지와 폐 조직에 지속적인 손상을 일으켜 폐 기능 저하를 가속화한다. 그러나 비흡연자라고 해서 안심할 수는 없다. 간접흡연을 비롯해 미세먼지와 대기오염, 직업적으로 노출되는 분진과 화학물질, 반복적인 호흡기 감염 등도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침과 가래가 수개월 이상 지속되거나 예전보다 숨이 차다고 느끼는 것이 만성폐쇄성폐질환의 대표적인 신호다. 초기에는 운동할 때만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지만, 병이 진행되면 평지를 걷거나 가벼운 집안일을 할 때도 숨이 차게 된다. 심한 경우에는 일상적인 활동조차 부담스러울 정도로 호흡곤란이 악화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수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된다는 점이다. 기침과 가래를 오랜 흡연의 영향으로 여기거나, 숨이 차는 증상을 단순한 노화 현상으로 생각해 검사를 미루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증상이 반복되거나 지속된다면 정확한 검사를 통해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성폐쇄성폐질환 진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검사는 폐 기능 검사다. 폐 기능 검사는 공기를 들이마시고 내쉬는 능력을 측정해 기도 폐쇄 여부와 폐 기능 저하 정도를 확인하는 검사다. 필요에 따라 흉부 CT 등 영상 검사를 시행해 폐 손상 정도를 평가하기도 한다.
만성폐쇄성폐질환에서는 급성 악화 예방도 매우 중요하다. 급성 악화는 평소보다 기침과 가래, 호흡곤란이 갑자기 심해지는 상태를 의미한다. 감기나 독감, 폐렴과 같은 호흡기 감염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며 심한 경우 입원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또한 급성 악화가 반복되면 폐 기능 저하가 더욱 빨라질 수 있어 평소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현재 만성폐쇄성폐질환 치료의 기본은 흡입제 치료다. 흡입제는 좁아진 기도를 확장해 호흡을 보다 편하게 하고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환자의 증상과 폐 기능 상태에 따라 다양한 약제를 사용하며, 무엇보다 꾸준히 치료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생활습관 관리도 치료만큼 중요하다. 금연은 질환의 진행을 늦추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꼽힌다. 이미 손상된 폐를 정상 상태로 되돌릴 수는 없지만, 금연을 통해 폐 기능 감소 속도를 늦추고 향후 악화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이와 함께 독감 및 폐렴구균 예방접종, 규칙적인 운동, 적절한 영양 관리도 도움이 된다.
안희윤 과장은 "만성폐쇄성폐질환은 증상이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환자 스스로도 질환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기침과 가래, 호흡곤란이 반복된다면 방치하지 말고 폐 기능 검사를 통해 현재 폐 건강 상태를 확인해보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