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외환보유액 순위 돌연 비공개 왜?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은행이 2001년 이후 25년 넘게 매달 정례적으로 공개해 온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의 국가별 세계 순위 발표를 전격 중단했다. 외환위기 이후 국가 경제의 대외 지급 능력을 가늠하는 대표적인 안심 지표로 활용돼 온 통계를 사전 설명 없이 삭제하면서 시장 안팎에서 적잖은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은행은 3일 발표한 ‘2026년 8월 말 외환보유액’ 보도자료에서 그동안 배포 자료 말미에 전월 말 기준으로 게재해 온 주요국 외환보유액 규모와 한국의 순위 비교 표를 제외했다. 한은이 월별 외환보유액 발표에서 세계 순위를 수록하지 않은 것은 2001년 2월 말 이후 25년 6개월 만에 처음이다. 특히 이번 비공개 전환 과정에서 사전에 공식 설명자료를 배포하거나 브리핑을 거치지 않아 혼선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착시 효과와 변동성 커져 실익 없어”…대외 건전성 왜곡 차단 목적

 

한은이 오랜 관행을 깨고 순위 공개를 중단한 핵심 배경에는 최근 심화된 순위 급등락과 이에 따른 불필요한 불안감 조성이 자리 잡고 있다.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세계 순위는 지난해 말까지 9위를 지켰으나, 올해 1월 10위, 2월 12위로 밀려난 뒤 지난 5월 말에는 13위까지 떨어졌다. 이후 6월 말에는 다시 10위로 세 계단 반등하는 등 단기간 내 롤러코스터 행보를 보였다. 환율 급등에 대응한 미세조정과 외화 자산 운용상의 통화별 환산액, 각국의 금 보유 평가 방식 차이 등이 맞물려 순위가 크게 출렁인 탓이다.

 

한은 측은 “국가별 경제 규모나 대외 여건, 외채 구조를 도외시한 단순 순위 비교는 대외 건전성을 평가하는 분석적 가치가 미미하다”며 “실제 건전성에 본질적 변화가 없음에도 순위 등락만으로 외환 방파제 역량에 대한 과도한 불안이나 오해가 확산될 수 있어 자료 형식을 개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달러 자산의 달러 환산 시점 차이와 각국 중앙은행의 집계 주기 불일치 등으로 인해 단순 줄 세우기가 건전성의 척도로 오인되는 부작용을 막겠다는 취지다.

 

◆사전 예고 없는 비공개에 “소통 후퇴”…투명성 논란 불가피

 

한은의 정책적 해명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과 경제계에서는 비판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25년 넘게 대외 지표로서 일관되게 제공되던 주요 정보를 충분한 예고 없이 임의 삭제한 방식이 ‘깜깜이 행정’이라는 지적이다.

 

외환보유액 순위는 1997년 IMF 외환위기를 겪은 한국 사회에서 대외 신인도와 경제 방어력을 상징하는 핵심 체감 지표로 기능해 왔다. 통계 이용자 입장에서는 한은 자료만으로 확인하던 국제 비교 정보를 앞으로는 IMF 통계나 각국 중앙은행 공시를 직접 교차 검증해야 하는 불편을 겪게 됐다.

 

신현송 한은 총재 취임 이후 통화당국이 강조해 온 ‘투명한 정보 제공과 대국민 커뮤니케이션 강화’ 기조에 역행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금융권에서는 “순위 자체의 한계를 설명하고 보완 지표를 함께 병기하는 방식 대신, 순위가 하락하자 항목 자체를 비공개 처리한 것은 시장에 불필요한 의구심을 자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단순 비교의 오류를 줄이겠다는 한은의 의도가 오히려 시장과의 소통 장벽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보완적인 설명과 데이터 공개 체계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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