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산업의 슈퍼사이클과 증시 활황에 힘입어 올해 국세수입이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우며 48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정부가 추진 중인 미래대응기금 조성 규모 역시 200조원을 돌파해 최대 218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재정경제부가 30일 발표한 ‘2026년 국세수입 재추계 결과’에 따르면 올해 총국세수입은 지난해 373조9000억원보다 104조7000억원 급증한 478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2년 기록했던 종전 역대 최대치(395조9000억원)를 뛰어넘은 수치다.
올해 본예산과 비교하면 88조4000억원, 지난 3월 추가경정예산 편성 당시와 비교하면 63조2000억원이 각각 늘어났다. 최종예산 대비 세수 오차율은 15.2%로 역대 5번째 수준을 기록했다.
◆반도체 초호황…법인세만 무려 136.4조
올해 법인세는 136조4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51조8000억원 급증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지난 2월 추경 전망치(101조3000억원)와 비교해도 35조1000억원이나 많은 규모다.
실제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가 폭발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합산액은 244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월 시장 전망치(146조6000억원)를 100조원가량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다. 김병철 재정경제부 조세총괄정책관은 “예측하기 어려운 반도체 호황과 증시 활성화 등으로 전망보다 세수가 대폭 증가했다”며 “반도체 영업이익은 당초 전망보다도 70∼80% 증가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소득세 역시 반도체와 금융업의 역대급 성과급 지급, 임금 상승률 확대, 반도체 기업 특별배당 및 주택 거래 회복세에 힘입어 본예산과 추경 전망치를 모두 웃도는 152조4000억원으로 추산됐다. 부가가치세는 민간소비 회복과 수입액 증가로 추경 대비 2조4000억원 늘어난 89조원이 걷힐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상반기 증시 활황의 온기는 자산 세수로도 번졌다. 증권거래세(12조4000억원)와 농어촌특별세(20조3000억원)는 본예산 대비 2배 이상 폭증했으며, 종합부동산세는 5조1000억원으로 재추계됐다.
◆초과세수 56조 투입…미래대응기금 최대 218조 적립 전망
역대급 세수 풍년으로 정부가 추진 중인 미래대응기금 조성 역시 강력한 동력을 얻게 됐다. 이번 재추계 결과로 정부가 내년에 운용할 수 있는 규모가 200조원을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재추계에서 미래대응기금의 핵심 재원이 되는 초과세수는 56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기금의 기본 재원인 추가세수 162조3000억원을 단순 합산하면 최대 약 218조원을 기금 재원으로 적립할 수 있게 된다. 정부가 발의한 미래대응기금법에 따르면 초과세수를 미래대응기금 재원으로 전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법적 근거도 마련돼 있다.
미래기금은 AI·반도체 등 국가 전략기술 연구개발(R&D) 지원을 비롯해 첨단 인프라 구축, 청년 주거·자산 형성, 저출생·고령화 대응 등 미래 성장 잠재력을 확충하는 데 집중 투자될 계획이다.
◆“초과세수로 국채발행 축소”…재정건전성 관리 병행
정부는 재정 완충 장치 확보와 건전성 관리를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반도체 단일 업종 실적에 좌우되는 세입 구조의 특성상 일시적인 호황을 구조적 세수 확충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확대거시재정금융간담회에서 “예상보다 늘어난 세수는 경기 회복세가 반영된 결과인 만큼 서민 체감경기를 살리고 미래 재정건전성을 다지는 데 균형 있게 배분하겠다”며 “초과세수 일부를 활용해 국채 발행 물량을 축소함으로써 채권시장 안정과 국가채무 부담 완화를 동시에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