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을 악용한 해킹 공격으로 시중은행 등 금융권 전반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돼 경찰이 정식 수사에 돌입했다. 정부 역시 선제적 보안 강화를 주문하고 나선 가운데 금융권의 전문 보안 인재 확보전도 한층 가시화될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6일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최근 금융권 연쇄 해킹 사태를 두고 “AI 기술 발달로 해킹 수법이 고도화되면서 피해 범위가 과거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전방위 확산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사고 발생 후 수습 위주의 기존 방식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며, 사전 탐지와 차단에 초점을 맞춘 선제적 보안 역량을 갖출 것을 주문했다.
한성숙 국무총리도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ㆍ공공기관 개인정보 유출관련 회의를 열고 “금융위는 금융기관의 유출된 개인정보 범위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 원인을 철저히 분석해 대책을 마련해 달라”며 “해당 금융회사가 고객 보호, 피해보상 등도 철저히 이행하도록 감독하고 지원해 주길 바란다”고 지시했다.
◆12개국 IP 우회해 금융망 침투…경찰, 전담팀 꾸려 정식 수사
앞서 신한·KB국민·하나·BNK부산은행과 예가람·웰컴저축은행, 현대캐피탈 등 7개 금융회사에서 해킹에 따른 개인정보 유출 피해가 확인됐다. 특히 공격에 사용된 일부 IP가 토스뱅크 서버와 보험사 등에도 접근을 시도한 흔적이 드러나면서 금융권 전반으로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디지털리스크분석팀 조사 결과, 공격자 IP는 총 19개로 파악됐으며 소재지는 12개국에 달했다. 미국발 IP가 5개로 가장 많았고 일본·스웨덴·독일(각 2개), 홍콩, 싱가포르,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스페인, 라트비아에 이어 국내 IP도 1개 포함됐다. 국적 불명의 해커가 추적을 피하려 다국적 IP로 우회 침투해 시스템 취약점을 탐색한 뒤 공격에 나선 것이다.
금감원이 해당 IP 목록을 전 금융권에 배포하고 오는 8일까지 긴급 점검을 요구한 가운데, 경찰도 즉각 전담수사팀을 꾸렸다. 경찰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경찰청 사이버테러수사대를 전담팀으로 지정하고 정식 수사로 전환했다. 사이버테러대응과장을 팀장으로 4개 팀 28명의 수사 인력이 투입된다. 아울러 경찰은 이번 사건의 중대범죄수사청 통보 대상 여부도 검토하고 있다. 피해 금융기관은 국가핵심기반에 해당하지 않지만, 침해된 시스템이 전자금융기반시설로 분류될 경우 통보 대상이 될 수 있어 금융위에 유권해석을 의뢰한 상태다.
◆AI 보안 역량 시험대…전문 인재 선점 나선 금융권
금융권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보안 인력 확충과 조직 재편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이 금감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34개 금융회사의 지난해 말 정보보호 인력은 2024년 말보다 7.0% 늘었다. 감원 기조 속에서도 22곳이 인력을 늘렸다. 우리은행(74명→101명), 하나은행(69명→79명), NH농협은행(114명→118명) 등 은행권을 비롯해 삼성카드(37명→49명), 삼성화재(58명→62명), 미래에셋증권(33명→38명) 등도 보안 인력을 충원했다. 반면 KB국민·신한은행 등 8곳은 줄었다.
다만 보안 관제 자동화로 업무 효율이 개선되는 추세인 만큼, 단순한 인력 규모만으로 방어 역량을 가늠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보다 인프라 투자와 함께 AI 도구를 직접 개발·운용하고 신종 공격 수법을 분석할 전문성 확보가 핵심 과제로 꼽힌다.
주다솔 기자 giveso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