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가 자녀의 가방 속에 녹음기를 넣어 교실 대화를 녹음한 내용은 아동 학대의 증거가 될 수 없지만, 이와 별개로 확보된 진술은 증거로 인정할 수 있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초등학교 교사 A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최근 확정했다.
앞서 교사인 A씨는 다른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9세 학생에게 "너 때문에 스트레스받는다", "공부를 그렇게 못하면 되겠냐" 등의 발언을 반복해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피해 아동과 부모의 법정 진술, 같은 반 학생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등을 근거로 A씨의 혐의를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다만 피해 아동의 학부모가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교실 대화를 녹음한 파일은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다.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대화'의 녹음을 금지하고 있고 이를 위반해 녹음한 내용은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는다.
A씨는 항소심에서 "원심이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을 배척하면서도 이를 토대로 작성된 진술서와 법정 진술을 유죄의 증거로 삼았다"며 원심에서 인정한 증거는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에 기초한 2차 증거이기 때문에 증거능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2심은 피해 아동이 조사 단계부터 법정 진술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진술했고, 1심이 녹음파일에 의존해 유죄를 판단했다고 볼 정황도 없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2심은 "피해 아동의 모친이 피해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위법한 방법으로 교실 내 대화를 녹음했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피해 아동이나 보호자의 진술까지 증거능력을 배척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일부 혐의는 정서적 학대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해 벌금 500만원으로 감형했다.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도 명했다.
대법원은 이같은 원심 판결에 문제가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조은애 기자 eun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