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는나이 마흔을 맞이한 1987년생이자 스무 살부터 자취 중인 미혼 남성인 동시에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산업부의 유통팀 소속 기자의 최근 영수증을 통해 트렌드를 알아봅니다. <편집자 주>
“쌀, 하면 어디야?”
대학 시절, 한 친구가 뜬금없이 이렇게 물어본 적이 있다. “이천?”이라고 대답하니 그 친구는 “여주, 여주라고! 왜 다들 이천이라고만 하는 거야?”라며 상당히 억울해했다. 거기다 대고 “여주쌀은 처음 듣는데?”라고 했다가 경기 여주시 출신의 그 친구에게 한 대 퍽 맞았다.
그래도 고향 특산물에 대한 그 뜨거운 자부심이 인상적이긴 했나 보다. 10년쯤 뒤 새로운 직장에서 만난 동료가 여주 사람인 걸 알고는 “여주 쌀 유명하죠?”라고 먼저 물어봤으니 말이다. 그로부터 또 몇 년 후 여주를 방문해 여주쌀밥 백반을 직접 먹어본 뒤로는 쌀 하면 여주를 떠올리는 사람으로 살고 있다.
그러한 여주쌀이 요즘 유통가에서 화제다. 주요 식음료 업체 및 브랜드에서 여주시와 업무협약을 맺고 여주쌀로 만든 제품을 출시하고 있는 것. 상미당홀딩스에서 국내 운영 중인 이탈리아 카페 브랜드 파스쿠찌 코리아가 이달 초 내놓은 여주쌀 3종, 그라니따·젤라또·라떼가 대표적이다.
반가운 마음에 11일 서울의 한 파스쿠찌 매장을 찾아 여주쌀을 느껴보기로 했다. 이날 가을치고는 꽤 날씨가 덥기도 했고 파스쿠찌하면 아무래도 이탈리아 먹거리인 그라니따와 젤라또가 유명하니 고민하다가 그라니따를 골랐다. 그라니따는 이탈리아어로 ‘얼음을 부수다’라는 뜻을 가진 마실 거리로, 얼음 결정체가 화강암(Granite)과 닮아서 붙은 이름이다.
주문하고 받은 여주쌀 그라니따는 밀크쉐이크처럼 보였다. 거기에 동그란 아이스크림 한 스쿱, 튀기거나 구운 것 같은 쌀알들이 가득 올려져 있었다. 쉐이크 같은 것을 빨대로 마셔보니 달콤하고 부드러운 것이 유명한 쌀음료의 맛과 비슷했다. 고소한 쌀알은 씹는 맛이 재미있었고, 아이스크림 역시 쌀로 만든 것인지 달달하면서 묵직했다. 마치 밀크쉐이크에 곁들임으로 쌀과자를 같이 먹은 것 같았는데 그만큼 고소하고 또 든든했다.
앞서 파스쿠찌는 지난달 17일 여주시청에서 ‘여주 농산물 활용 메뉴 개발 및 상생 홍보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여주시가 ‘대왕님표 여주쌀’과 ‘대왕님표 여주꾸마(고구마)’ 등 지역 농산물 원료 공급과 신제품 개발을 지원하고 파스쿠찌가 메뉴 개발과 홍보·판매에 협력한다는 내용으로 이번 여주쌀 3종과 여주 고구마 라떼로 본격 스타트를 끊었다.
파스쿠찌 외에도 CJ제일제당이 여주시, 이마트와 손잡고 여주의 고품질 쌀 ‘진상미’로 만든 ‘햇반 여주쌀밥’을 12일 출시했다. 지난 8월에는 메가MGC커피가 ‘대왕님표 여주쌀’로 만든 ‘누룽누룽 바삭 프라페’와 ‘매콤 비빔주먹빵’을 선보인 바 있다.
이 같은 여주쌀의 대활약(?)에 대학 시절 그 친구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연락을 주고받을 수는 없지만 기사로나마 안부를 건넨다. 여주쌀이 흥해서 누구보다 뿌듯할 친구야, 쌀 하면 여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