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가 돈…놀면서 버는 ‘이색 재테크’] “취미가 밥 먹여줍니다”…‘장난감’서 ‘재테크’로 진화한 포켓몬카드

지난 5월 서울 성동구 서울숲 ‘포켓몬 시크릿 포레스트’ 행사장이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뉴시스
지난 5월 서울 성동구 서울숲 ‘포켓몬 시크릿 포레스트’ 행사장이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뉴시스

“취미로 가볍게 시작했는데, 이제는 꽤 쏠쏠한 재테크가 됐습니다.”

 

옅은 아침 안개가 걷히지 않은 오전 7시,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 7층 야외 테라스 회색 바닥 위로 형형색색의 돗자리와 길게 늘어선 그림자들이 먼저 자리를 잡았다. 8층 매장 문이 열리는 오전 10시 30분까지 한참 남았지만 개장 전 대기 공간으로 지정된 이곳은 수백명의 인파로 이미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간이의자에 몸을 묻은 채 묵묵히 개장을 기다리는 이들의 목적은 단 하나, 포켓몬 카드다.

 

새벽잠을 반납하고 긴 줄을 메운 이들의 대다수는 2030세대 남성들. 이어폰을 낀 채 가방에서 카드 보관용 아크릴 케이스를 꺼내 점검하거나, 스마트폰으로 중고 거래 플랫폼의 실시간 시세를 확인하는 풍경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단순한 취미 수집을 넘어 투자와 차익 실현을 노린 ‘재테크’ 열기가 대기 줄 곳곳에 배어 있었다.

 

인천에서 첫차를 타고 달려왔다는 김모(32)씨 역시 흠집 방지용 아크릴 케이스와 접이식 의자, 무릎 담요를 살뜰히 챙겨왔다.

 

김씨는 “인기 팩이 입고되는 날에는 대기 시간이 길어 방한용품은 필수”라며 “포장을 뜯지 않고 미개봉 상자째 보관하기만 해도 시세가 오르다 보니, 어린 시절 즐기던 취미가 든든한 투자 수단이 됐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혹여 팔리지 않더라도 개인 소장용으로 간직하면 그만이어서 손해 볼 일이 없다는 점도 큰 매력”이라고 덧붙였다.

 

포켓몬 카드를 둘러싼 이 같은열기는 비단 용산만의 풍경이 아니다. 앞서 성수동에서 열린 포켓몬 30주년 기념 프로젝트 ‘포켓몬 메가페스타 2026’ 현장에서는 개막 직후 수많은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며 안전상의 이유로 행사가 잠정 중단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에 등록된 고가의 포켓몬 카드 판매 매물. 카드의 희귀도와 소장 가치, 미개봉 상태 여부 등에 따라 적게는 백만원대부터 많게는 수백만원대에 이르는 매물이 등록돼 있다. 당근 캡처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에 등록된 고가의 포켓몬 카드 판매 매물. 카드의 희귀도와 소장 가치, 미개봉 상태 여부 등에 따라 적게는 백만원대부터 많게는 수백만원대에 이르는 매물이 등록돼 있다. 당근 캡처 

◆종이 한 장에 수백만원 호가…중고차·명품 값 맞먹어

 

과거 단순한 장난감으로 여겨지던 포켓몬 카드가 이제는 중고 거래 시장에서 희소성을 지닌 ‘컬렉터블’ 투자 자산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확실한 가치와 환금성을 인정받으면서, 탄탄한 구매력을 갖춘 젊은층이 시장 확대를 주도하는 모습이다.

 

실제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는 카드의 희귀도와 보존 상태에 따라 수백만원대를 호가하는 매물이 활발히 오간다. 당근마켓 판매 등록 매물에 따르면 인기 희귀 카드가 120만원선에 거래되는가 하면, 보관 상태가 뛰어난 한정판 고가 카드는 무려 379만원에 매물로 등록됐다. 손바닥만 한 종이 카드 한 장 가격이 웬만한 중고차 시세나 명품 가방 값에 맞먹는 셈이다.

 

플랫폼별 집계에서도 증가세가 뚜렷하다. 당근에서는 이달 1~17일 포켓몬 카드 매물 등록 건수(827%), 검색량(426%)이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다. 번개장터 역시 같은 기간 매물 등록 건수는 272%, 검색 이용자 수는 337% 늘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블로그 등지에서는 오프라인 매장별 입고 주기와 대기 동선, 고가 카드 감정법 및 미개봉 보관 노하우 같은 ‘알짜 공략집’이 실시간으로 공유되고 있다. 유년 시절의 향수를 자극하는 메가 IP의 대중성과 ‘팔리지 않아도 소장하면 그만’이라는 실물 자산 특유의 심리적 안전판이 맞물리면서 포켓몬 카드는 젊은층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형 재테크 트렌드로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주다솔 기자 gives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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