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수요가 되살아나면서 예비부부들의 ‘예식장 잡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혼인 건수는 3년째 늘고 있지만 예식장 수는 코로나19 이전에 한참 못 미치는 탓이다. 인기 예식장은 토요일 하루 1시간 간격으로 잡힌 7차례 예식이 모두 찰 정도다. 예식장에는 축의금 접수를 대신 해주는 키오스크까지 등장했다. 혼인 증가로 혼수 수요가 커지자 백화점들은 예비부부를 붙잡기 위한 웨딩 멤버십 경쟁에 뛰어들었다.
◆통화 시도만 300통…토요일 풀타임 매진
원하는 날짜에 예식장을 잡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예식장 한 곳과 통화하기 위해 전화를 건 횟수만 300통에 이르렀다는 사례가 나올 정도다. 수요가 가장 몰리는 토요일에는 인기 예식장마다 1시간 간격으로 예식을 배치하고 있는데, 이렇게 짠 하루 7차례 예식이 빈틈없이 찬다. 앞 예식이 끝나기 무섭게 다음 예식 하객이 들어선다.
이는 수요와 공급의 엇박자가 원인이다. 3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건수는 24만326건으로 전년보다 8.1% 늘었다. 3년 연속 증가한 것으로 2018년 이후 7년 만에 가장 많다. 올해 1~8월 혼인 건수도 16만5874건으로 전년 동기보다 5.2% 증가했다. 반면 예식장은 10년 사이 3분의 1가량 사라졌다. 국세청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전국 예식장 사업자는 2016년 1098명에서 2019년 890명, 2022년 750명으로 줄었고, 2025년 기준 755명으로 2016년보다 343명(31.2%) 감소했다.
◆봉투 대신 터치 한 번…접수대 지키는 ‘축의금 키오스크’ 등장
예식이 촘촘해지면서 예식장 풍경도 바뀌고 있다. 일부 예식장에는 축의금을 대신 접수해주는 키오스크가 등장했다. 하객이 신랑 측인지 신부 측인지, 관계와 이름을 입력하고 축의금을 넣으면 식권과 주차권이 자동으로 발급되는 방식이다. 대여 비용은 20만원 안팎이다. 하객별 축의금 내역은 명부 파일로 정리돼 혼주에게 전달된다.
1시간 간격으로 예식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접수대 앞 줄을 줄이고, 혼잡한 틈을 타 축의금을 빼돌리거나 빈 봉투로 식권을 받아 가는 일도 막을 수 있다는 게 업체 측의 설명이다. 다만 마음을 기계로 받는 것 같아 삭막하다는 반응도 있다.
◆혼수 수요 잡아라…백화점 웨딩 멤버십 경쟁
혼인 증가는 혼수 소비로 이어지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럭셔리 주얼리 68.8%, 대형가전 30.2%, 리빙·베딩 21.2% 늘었다.
백화점 웨딩 멤버십 가입도 크게 늘었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지난 6월 17일부터 9월 30일까지 웨딩 멤버십 ‘롯데웨딩멤버스’의 신규 가입자 수는 전년 동기보다 35% 증가했다. 최근 4개월간 회원 매출은 65% 늘었는데, 럭셔리 주얼리·워치와 가구가 각각 90%, 가전이 70% 증가하며 성장을 이끌었다. 현대백화점 ‘클럽웨딩’도 4월 개편 이후 5~9월 신규 가입 회원이 전년보다 163% 늘었다. 현대백화점은 웨딩페어를 연 2회에서 4회로 늘렸다.
회복되는 혼인 수요를 잡기 위해 신세계백화점은 예비부부 대상 웨딩 멤버십을 9년 만에 전격 부활시켰다. 2017년 ‘S웨딩클럽’ 운영을 종료한 뒤 지난 9월 29일 ‘웨딩 바우 클럽’을 새로 선보였다. 예식 1년 전부터 예식 후 6개월까지 가입할 수 있으며, 패션·잡화에 쓸 수 있는 120만원 상당의 할인 혜택과 구매액에 따른 최대 100만원의 추가 보상을 준다. 가입 건수는 내부 목표치를 20%가량 웃돌았다.
백화점들이 예비부부에 공을 들이는 건 이들이 장기 우수 고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업계에서는 웨딩 준비 고객의 1년 객단가가 수천만원을 넘는 경우가 많고, 한 백화점에서 구매하면 이듬해 VIP 자격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꼽는다. 혼수·예물로 처음 찾은 고객이 아동·육아 상품 우수 고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