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양원 장악에 대미투자 지연 가능성…트럼프 관세정책은 유지될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 백악관에서 진행 중인 볼룸(연회장) 공사 현장을 둘러보며 취재진에 발언하고 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 백악관에서 진행 중인 볼룸(연회장) 공사 현장을 둘러보며 취재진에 발언하고 있다. AP/뉴시스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면서 한국의 3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에 새로운 변수가 생겼다. 한미 간 투자 합의가 당장 뒤집힐 가능성은 작지만 의회 견제가 강화되면 후속 사업의 인허가와 자금 집행이 늦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를 앞세운 통상정책은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

 

5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등에 따르면 지난 4일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원과 하원 다수당을 확보했다. 내년 1월 출범하는 새 의회가 예산 심의와 행정부 감독, 인사 인준을 주도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추진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다만 미국 내 제조업 육성과 공급망 재편에는 양당의 공감대가 있어 기존 투자 유치 기조가 급변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한국은 지난해 미국과의 무역협상을 통해 전략산업 투자 2000억달러와 조선업 협력 1500억달러 등 총 35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전략산업 투자에는 연간 200억달러의 집행 상한이 적용된다. 조선업 협력에는 민간투자와 보증, 선박금융 등이 포함돼 전체 금액이 한꺼번에 투입되는 구조는 아니다.

 

◆3500억달러 투자 본격화…후속 사업 심사·집행 변수

 

투자사업은 이미 집행 단계에 들어갔다. 정부는 지난달 미국 텍사스주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를 첫 사업으로 확정하고 24억달러를 송금했다. 총사업비 223억달러를 들여 6472㎿ 규모 발전시설을 구축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는 사업이다. 이번 선거로 첫 사업이 중단되거나 집행이 지연됐다는 근거는 없다.

 

문제는 후속 사업이다. 대형 인프라 투자는 정치적 환경과 행정절차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 한미가 협력 구상을 마련한 미국 내 원전 8기 건설 사업은 최대 1200억달러 규모로 거론되지만 개별 사업의 최종 투자 여부는 미정이다. 경제성 검토와 인허가, 자금 조달 등 절차가 남아 있어 미국 정치권의 갈등이 사업 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업계에서는 민주당이 청문회와 조사·소환권 등을 활용해 한국 기업의 투자 약정 이행과 현지 고용 창출, 사업상 혜택을 점검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모든 투자사업에 의회 승인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연방 예산이나 세제 혜택이 결부된 사업은 여야 대립과 정부 셧다운 등에 따라 심사와 집행이 늦어질 수 있다. 일정이 늘어지면 금융비용과 공사비 부담도 커진다. 특히 연방정부 지원뿐 아니라 주정부의 인허가와 세제 혜택에 의존하는 사업은 지역별 정책 변화도 변수다. 이번 선거에서 일부 주지사 소속 정당이 바뀐 만큼 투자 입지별 지원 조건을 다시 확인해야 한다.

 

◆관세 압박은 그대로…무역법 301조 추가 조사도 부담

 

관세정책은 별개의 문제다. 코트라 측은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압박과 대중국 견제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미 연방대법원이 지난 2월 국제비상경제권한법에 근거한 상호관세를 무효로 판단했지만 미국 정부는 무역확장법 232조와 무역법 301조를 활용하고 있다.

 

현재 한국산 자동차에는 15%, 주요 철강·알루미늄 제품에는 50%의 품목관세가 적용된다. 일반 상품 상당수에는 강제노동 관련 무역법 301조 조치에 따라 기존 최혜국대우 관세와 합산해 12.5%의 관세율이 적용된다. 민주당이 대통령의 관세 권한을 제한하는 법안을 추진하더라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를 무력화하려면 상·하원 각각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미국 무역대표부는 한국을 포함한 16개 경제권을 대상으로 구조적 과잉생산 관련 무역법 301조 조사를 진행 중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 추가 통상 압박이 나올 여지도 있다. 다만 조선업 재건과 반도체 투자 지원, 송전망 확충 분야에서는 초당적 협력이 예상된다. 코트라는 조선소 투자 보조금 등을 담은 국방수권법안의 연말 처리와 반도체 설비투자 세액공제 연장 논의가 국내 기업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확충에 필요한 전력망 투자도 양당의 공통 관심사다. 국내 기업으로서는 관세 인하를 기대하기보다 기존 규제에 대응하면서 투자사업의 수익성과 자금 집행 일정을 보다 면밀히 관리하는 일이 더 중요해졌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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