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아파트 시장의 가격대별 양극화 문제없나?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

흔히 주택시장의 양극화(兩極化)를 얘기할 때 주택 보유여부를 따지는 소유의 양극화나 수도권과 지방 등 지역에 따른 집값 양극화를 논하는 경우가 많다. 일각에선 1인당 주거 면적이나 주택유형별로 거주의 질을 놓고 격차를 판단하며 주택시장의 양극화나 불평등을 해석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미 국민의 60%정도가 거주하며 주거유형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아파트의 가격대별 양극화 문제는 없을까? 요 몇 년 사이 전국 아파트의 가격대별 양극화는 점차 심화되고 있다.

 

실제 아파트 실거래가격(계약일 기준 집계)을 기준으로 10%씩 균등 분할하여 10분위별 가격을 계산했더니 가장 낮은 가격의 구간인 1분위의 호당 평균거래가는 2020년(4월19일 집계 기준) 6,763만원으로 2015년 6,419만원보다 5.4% 상승하는데 그쳤다. 반면, 같은 기간 상위 10분위는 6억9,234만원에서 8억3,828만원으로 21.1% 급등해 1분위 구간보다 무려 4배가량 상승률이 높았다.

 

거래가 상위 10%의 아파트가 하위 10%보다 얼마나 비싼지 확인할 수 있는 10분위 배율은 2015년 10.8%를 기록한 이후 2019년 17.6%까지 매해 상승했다. 아파트란 동일 주거 유형 내에서도 가격상승이 고가의 가격대에만 쏠리는 양극화 현상이 몇 년간 지속된 것이다.

 

아파트 가격대별 상승률의 차이가 크다고 해서 이 사실만으로 불평등을 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2015년 이후 지속된 저금리와 풍부한 부동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되며 주택가격이 꾸준히 상승했음을 고려할 때 가격 상승의 과실 또는 자산가치 상승의 집중이 고가주택에 쏠리고 가격상승의 수혜가 고가의 특정분위 아파트에 집중되는 현상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통계라는 점에서 지난 5년간의 아파트 분위별 거래가격의 양극화가 던지는 시사점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부터 30대가 50대를 밀어내고 40대와 함께 아파트 매매시장의 주 구입세력으로 부각되는가 하면, 고령화 사회에서 아파트는 주택연금으로 활용될 만큼 개인의 삶에 있어 생애의 가장 큰 자산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등 규제지역들의 여신규제로 9억원 및 15억원 초과의 고가주택 대출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아파트란 자산의 10분위 배율이 커지고 상위 10% 가액구간의 아파트가격이 훨씬 많이 올랐다는 점은 여러모로 씁쓸한 소식임에 틀림없다.

 

상대적으로 낮은 가액의 아파트를 보유할 확률이 높은 저소득계층의 자산가치 상승이 쉽지 않고 더 나은 주거지로 이동하는 속도도 고소득 계층보다 느릴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이 있다면 아파트 자산은 구입시점과 매각시점에 따라 시세차익이 발생되는 자산이므로 주택가격의 변화가 지역과 입지에 따라 다를 수 있고 경기변동에 따라 추세가 변경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실제 2019년 17.6%를 나타냈던 10분위 배율은 올해 4월 현재 12.4%로 조정됐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둔화 우려가 고가아파트의 매입관망을 키우며 상위 10분위 아파트의 호당평균 거래가를 떨어지게 만들었다. 지난해 11억1,187만원이었던 10분위 호당 평균거래가는 올해 4월 8억3,828만원으로 하락한 반면, 1분위는 6,319만원에서 6,763만원으로 상승하는 등 고가아파트가 경기변화에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일시적일 수 있는데다, 당분간 저금리 현상의 지속 가능성이나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풀린 막대한 유동성이 경기회복기 고가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 상승을 재현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아파트를 매개로한 자산의 양극화 문제에 귀기울여야한다.

 

아파트 가격 분위별 격차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지역 발전 불균형 해소를 위한 노력 외에도 도심지역의 주거재생을 통한 신축과 구축의 가격격차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생애주기를 고려해 20~30대 등 주거성장 세대를 위한 금융(대출) 및 세제지원, 공공주택 공급책의 확대가 필요하다.

 

<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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