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무산된 항공업계, 구조조정 격랑 속으로

이스타, 임직원 605명에 해고 통보…희망퇴직자 포함 54% 감축
아시아나, 정부 2조4000억 긴급지원…급한불껐지만 감원 불가피

아시아나항공과 이스타항공의 M&A가 무산되면서 항공업계가 전례 없는 구조조정 태풍에 휩싸였다. 사진은 이스타항공 노조가 9일 오전 전북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세계비즈=박정환 기자] ‘빅딜’로 꼽힌 아시아나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M&A)이 모두 무산되면서 항공업계가 전례 없는 구조조정 태풍에 휩싸였다. 이미 이스타항공은 정리해고가 진행 중이며, 아시아나항공도 구조조정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제주항공과의 M&A 불발로 재매각을 추진 중인 이스타항공은 지난 7일 이메일로 임직원 605명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정리해고 시점은 오는 10월14일이다.

 

회사 측은 운항승무직 외 직군의 경우 직위 구분 없이 평가 기준에 따라 구조조정 대상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항공기 운항을 6대로 감축하고 한 대당 필요한 인원 71명을 제외한 직원들을 정리할 계획이다. 다만 정비인력의 경우 향후 운항 항공기 증가, 국제선 재운항 등을 고려해 구조조정 대상에서 제외했다. 현재 이스타항공에는 1293명이 재직 중이며 지난 8월31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결과 98명이 접수했다.

 

회사 측은 기존에 희망퇴직을 신청했던 인원까지 포함해 최종적으로 현재 직원 수의 54% 수준인 703명을 감축할 예정이다. 대신 향후 인수자가 나오고 경영이 정상화되면 재고용을 보장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리해고 조치에 직원들은 즉각 반발하며 사측과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다. 조종사 노조는 최근 “사측이 노조의 무급 순환휴직 등의 제안을 검토하지 않고 정리해고를 단행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는 “노조가 먼저 체당금(최종 3개월분 임금 또는 휴업수당 등) 손해 등을 이유로 무급휴직에 반대했다”고 맞섰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정부의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으로 당장 급한 불은 껐지만 6개월 이후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 2일 HDC현대산업개발이 이메일로 인수 계약 해지를 통보하자 정부는 아시아나항공에 기간산업안정기금 2조4000억원을 긴급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지원받으면 6개월간 인력의 90%를 유지해야 한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단 기안기금 지원 조건으로 6개월간 직원 수를 5월 초 대비 90% 이상으로 유지해야 하는 만큼 본격적인 구조조정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재편의 초점은 에어부산, 에어서울, 금호리조트 등 자회사에 맞춰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이나 동부제철의 사례에 비춰볼 때 6개월이 지나면 고강도 구조조정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채권단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추가자금 투입과 함께 구조조정 등을 거쳐 재매각을 추진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은 영구채 출자전환과 금호산업의 지분 감자 등을 검토 중이다.

 

현재 산업은행이 보유한 8000억원의 전환사채(CB)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지분율은 37%가 된다. 반면 금호산업 지분율은 현재 30.8%에서 23.5%로 낮아진다.

 

자회사 분리매각도 현실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안기금을 받은 기업은 지원기간 동안 계열사에 자금을 쓸 수 없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6개 자회사 중 LCC(저비용항공사)인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의 분리매각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구조조정의 어두운 그림자는 LCC를 포함, 항공업계 전반에 드리우고 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전체 국적 항공사 직원의 65%가량이 휴직에 들어간 상황인 데다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이 오는 10월에 종료될 예정이라 대규모 인력 감축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해 고강도 체질 개선도 중요하지만 정부의 지원 확대와 대주주들의 사재출연 등 조치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pjh12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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