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아시아나 품고 글로벌 '톱10' 항공사 도약

32년 양강 체제 종식… 자산 40조 공룡 출현
항공업계 “노선 운영 합리화·원가 절감 기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병되면 자산 40조원, 매출 19조6492억원에 이르는 세계 10위권 초대형 항공사로 도약하게 된다. 사진은 인천국제공항터미널 활주로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비행기들이 계류돼 있는 모습.   연합뉴스

[세계비즈=박정환 기자] 1988년 아시아나항공 창립 후 32년간 양강 체제를 유지해 온 국내 항공업계가 대한항공 독주 체제로 재편된다. 16일 산업은행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을 위해 8000억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하면서 자산 40조 규모, 세계 10위권 초대형 국적 항공사의 탄생이 가시화됐다. 하지만 구조조정 우려에 따른 노조의 반발, 독과점 논란 등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다.

 

◆한진칼, 증자대금 통해 아시아나 지분 인수

 

정부는 16일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산경장) 회의를 열어 아시아나항공 정상화 방안을 논의하고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우선 산업은행은 한진칼에 제3자 유상증자로 5000억원, 전환사채(CB)로 3000억원 등 총 8000억원을 투입한다. 대한항공 모기업인 한진칼에 산은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자금을 투입하면, 한진칼이 증자 대금으로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30.77%)을 사들이는 방안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한진칼은 산은과 수출입은행 지원을 받아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자금을 투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은 유상증자를 통해 아시아나항공 인수자금 2조5000억원을 확보할 계획이다.

 

◆경영권 다툼 지각변동… 3자연합 반발

 

이번 인수 건은 한진그룹 경영권 다툼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웃음을 짓는 것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이다. 현재 조 회장은 41.1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KCGI·반도건설 등 3자연합은 지분을 46.71%까지 늘린 상태다. 한진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고, 산업은행이 지주사인 한진칼 3대주주 지위를 확보하면 조 회장은 우호 지분을 얻게 돼 경영권 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이에 KCGI는 지난 13일 “다른 주주들의 권리를 무시한 채 현 경영진의 지위 보전을 위한 대책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며 아시아나 인수 반대 입장을 내놨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승인도 넘어야 할 산이다. 회사를 합치면 국내선 점유율이 62.5%에 이른다. 공정위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등장으로 독과점 및 가격 인상의 폐해가 발생할 것으로 판단하면 합병을 불허할 수 있다.

 

◆자산 40조 ‘공룡’ 출현… 항공업계, 시너지 기대

 

항공업계에선 두 회사간 합병을 통한 업계 체질 개선과 이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항공업계 1, 2위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병되면 자산 40조원, 매출 19조6492억원에 이르는 세계 10위권 초대형 국적 항공사가 탄생한다.

 

국제 여객 RPK(항공편당 유상승객 수에 비행거리를 곱한 것) 기준으로 대한항공은 18위, 아시아나항공은 32위이다. 두 회사를 합치면 10위인 아메리칸항공과 비슷해진다. 또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발간한 ‘세계 항공 운송 통계 2020’에 따르면 지난해 여객 및 화물 운송 실적 기준으로 대한항공 19위, 아시아나항공 29위로, 양사 운송량을 단순 합산하면 세계 7위권으로 순위가 상승한다. 매출은 지난해 기준 대한항공(12조2000억원)과 아시아나항공(6조9000억원)을 합쳐 약 20조원, 자산은 40조원이 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양사 통합으로 노선 운영 합리화, 원가 절감 등을 통해 항공산업 경쟁력을 더욱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며 “허브공항인 인천공항의 슬롯(항공기 이착륙 허용능력) 점유율 확대를 바탕으로 글로벌 항공사와의 조인트벤처를 확대하고 적극적으로 해외 환승 수요를 유치하게 돼 국내 항공산업의 성장을 견인하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pjh12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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