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가 ‘봉’인가…정책서민금융 개편방안에 금융사 반발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국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금융위와 금투업권 CEO 간담회를 마친 후 간담회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세계비즈=권영준 기자] 법정 최고 금리 인하 조치후 발표된 정책서민금융 공급체계 개편방안에 대해 금융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서민금융 정책을 위한 자금조달부터 연체 리스크까지 모두 금융사가 떠안아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드사를 포함한 금융사들은 지난달 30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정책 서민금융 공급체계 개편방안’에 따라 내부규정 마련에 나섰다. 이번 개편방안은 최근 국회를 통과한 ‘대부업법 및 이자제한법’ 시행령 개정안의 첫 번째 후속조치다. 올해 7월7일부터 법정 최고 금리가 기존의 연 24%에서 20%로 낮춰지면서, 제도권 금융에서 내몰릴 위기에 처한 저신용자를 위한 정책이 만들어진 셈이다.

 

이번 개편방안은 상호금융기관과 저축은행으로 한정돼 있던 서민금융 출연기관을 전 금융사로 확대, 은행·보험사·여신전문회사 등이 매년 2000억원씩 향후 5년간 총 1조원을 각출해 서민금융 지원 재원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이 자금을 바탕으로 저신용자를 위한 정책 금융상품인 ‘햇살론 뱅크’와 ‘햇살론 카드’ 등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7월 시행 전까지 서민금융법을 개정할 예정이다.

 

이에 금융사들은 부담이 크게 늘어나게 됐다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우선 햇살론뱅크의 경우 정부가 최대 70~80%만 보증하는 구조다. 은행권 관계자는 “자금 조달도 금융사가 하는데, 보증마저도 100%가 아니다”라며 “연체가 발생할 경우 이 부담도 은행이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8월 기준 5대 은행(신한·국민·우리·하나·농협은행)이 판매한 햇살론17의 연체율은 4.5~11.8%로, 이는 가계대출 평균 연체율(0.2~0.3%)보다 크게 높았다.

 

카드사는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햇살카드론의 경우 신용관리교육을 이수하고, 최소한의 상환능력을 충족하면 최대 200만원 한도 내에서 신용카드를 신규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서민금융을 위한 정책의 필요성은 충분히 인정한다. 하지만 자금조달부터 연체 리스크까지 카드사가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저소득·저신용자를 위한 ‘근로자햇살론’ ‘미소금융’ 등의 대위변제율(정부가 채무자의 빚을 대신 갚아준 비율)이나 연체율을 지난해 모두 1.5~2배 가량 상승했다. 이 관계자는 “저신용자의 신용관리 및 연체시 대책에 대해서는 자세한 지침이 나오지 않아 더 답답하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와 같은 상황이 이어진다면 사실상 법정 최고금리를 인하한 이유와 목적이 무의미해진다. 금융사의 부담이 커질수록 이에 대한 보상심리로 기존 고객의 금융 혜택을 줄이거나 축소할 경우도 발생할 것”이라며 “금융당국의 책임감 있는 후속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young070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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