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금융의 커머스화를 앞당기는 마이데이터

김형석 팀윙크(알다) 대표

지난 3월 25일 금융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금소법’)이 시행되면서 금융권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가장 뚜렷한 변화는 대출모집법인이 여러 회사의 대출 상품을 취급할 수 있도록 하는 ‘1사 전속주의(한 개 대출 모집법인은 한 개의 금융회사 상품만 판매가 가능하도록 하는 규제)’가 완화된 것이다.

 

‘1사 전속주의’는 금융상품의 정보 비대칭으로 인해 대출 중개업자들이 고객이 아닌 자신들에게 유리한 상품을 추천하는 등의 불법 행위를 사전에 막기 위해 만들어진 규제였다. 이번 ‘1사 전속주의’ 완화는 디지털화된 대출 중개사업이 투명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은 금융당국이 규제를 완화한 첫 번째 사례로 손꼽힌다. 지난 2년간 금융 규제 샌드박드를 통해 카카오페이, 토스, 핀다, 알다 등 핀테크 회사들은 대출비교 서비스를 운영해 왔고, 그 결과 규제를 완화하기에 이르렀다. 금융당국과 핀테크 업계가 이끌어낸 규제 완화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그 동안 핀테크 업체들은 기술을 앞세워 다양한 차별화 포인트로 시장에서 입지를 다져갔다. 고객경험을 극대화하는 편의 서비스는 핀테크를 중심으로 시작해 전통금융사업자의 앱 서비스에도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특히 내 신용 상태에 따라 대출상품과 금융회사별 금리, 한도를 비교할 수 있게 제공하는 대출비교 서비스는 대출 시장의 부정적 시각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데 기여했다. 금융회사들이 소비자 확보 차원에서 경쟁력 있는 대출조건을 내걸고 나서면서, 결국 소비자들은 자신이 납부하는 이자를 줄이게 된 것이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150조 원을 넘어섰다. 이젠 물건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모바일을 통한 비교와 검색이 기본 중의 기본이 됐다. 1만 원짜리 물건을 살 때도 최저가 검색이 일반화된 지금의 시대에 금융시장은 150조 원과는 비교할 수 없는 거대 시장이다. 하지만 여전히 대출 등 금융상품의 선택은 아직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본래 금융 규제는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만들어졌지만 이는 높은 진입장벽을 만들어 금융회사들을 보호하게 결과를 낳았다. 그간 금융 혁신이 더딘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그런 금융 시장이 이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제 금융 시장은 이커머스처럼 유통구조의 혁신의 출발점에 서있다. 금융회사 중심의 수직계열화로 제조와 유통이 이루어지던 시장에서, 앞으로는 금융회사가 상품을 개발하고 플랫폼이 상품을 유통하는 시장이 열리는 것이다. 금융소비자들은 보다 편리하게 원하는 금융상품의 정보를 쉽게 얻고, 자신의 상황에 맞는 상품을 추천받거나 비교할 수 있게 된다.

 

오는 8월에는 본인신용정보 오픈API를 활용한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시행된다. 마이데이터 서비스는 흩어진 개인 신용정보를 한 곳에 모아 보여주고 재무현황과 소비패턴 등을 분석해 소비자에게 적합한 금융상품을 추천해주는 게 특징이다. 이를 통해 금융소비자들은 ‘손안의 금융 비서’를 둘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앞으로 금융소비자들은 보험, 대출이 필요할 때 권유 전화를 없이도 스스로 금융 상품을 비교하고 고를 수 있게 될 것이다. 단순히 상품들을 모아서 보여주는 것을 넘어 나의 신용정보를 활용해 마이데이터 회사들이 제공하는 초개인화 추천을 받고, 재무관리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마이데이터는 금융소비자들이 차별없는 금융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시대, 금융의 커머스화를 긍정적으로 이끌어 갈 것이다.

<김형석 팀윙크(알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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