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에게도 비대면 계좌개설을…” 출입국관리법 개정안 눈길

외국인등록증·거소신고증 통해 진위확인
자금세탁방지·대포통장 관리 책임 우려도

게티이미지뱅크

[세계비즈=오현승 기자] 외국인에게도 비대면으로 금융계좌를 개설할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의 법안이 최근 국회에 발의돼 이목이 쏠린다. 이 법안은 200만 명이 넘는 국내 체류 외국인을 대상으로 금융활동의 편의성을 높여주자는 취지로 발의됐다. 

 

19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지난달 출입국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은 외국인등록증 진위확인시스템 구축 및 진위확인 정보 제공과 관련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 외국인도 국민과 유사한 수준의 금융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제88조4를 신설)을 담고 있다.

 

현재 내국인의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및 여권 등은 신분증 진위확인 정보를 금융기관에 제공할 수 있도록 마련된 개별법에 근거해 인터넷전문은행이나 일반 은행에서 비대면 금융계좌 개설 등 비대면 금융거래에 쓰인다. 하지만 외국인이 사용하는 외국인등록증 및 거소신고증 등은 진위확인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 때문에 외국인이 금융계좌를 트기 위해선 금융회사의 영업점 방문이 필수다.

 

외국인 비대면 계좌개설이 허용될 경우 시중은행 대비 오프라인 영업점 수가 적은 지방은행이나, 아예 오프라인 점포가 없이 운영하는 인터넷전문은행 등은 신규 외국인 소비자를 유치하기가 보다 수월해질 전망이다. 은행권에서 비교적 외국인 소비자 대상 금융에 적극적인 전북은행도 아직 비대면 계좌 개설은 불가능하다. 다만 이 은행은 콜센터 직원과 외국인 대출희망자 간 영상통화 등을 통한 실명절차를 거쳐 신용대출을 취급하고 있다.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외국인 비대면 계좌개설이 가능해지면 대포통장 근절 및 자금세탁방지 등 은행의 책임이 커질 거라는 염려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해외금융계좌신고법(FATCA) 등 내부통제 기준이 점점 까다로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아직 수요가 크지 않은 외국인 소비자를 대상으로 비대면 계좌 개설을 허용하는 데 대해선 금융회사의 부담이 크다”고 설명했다. 제도 개선과는 별개로 금융회사들은 수익성이 낮은 단기 체류 외국인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유인이 없다는 의견도 있다. 특히 최대 체류기간이 4년 10개월에 불과한 E9비자 소유자를 대상으로는 단순 예적금 계좌 개설, 신용대출 영업 이외엔 부동산 대출, 펀드, 신탁/ISA, 보험 및 퇴직연금 등의 영업활동이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단 외국인 금융소비자의 금융편의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법적 기반을 마련한 후 금융회사들이 IT기술 및 솔루션의 완성도를 높여나가는 데 매진할 필요는 있다”며 “향후 국내 금융회사들은 이를 토대로 동남아시아 등의 신규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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