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高 신음하는 한국 경제] 고환율·고유가에 ‘3%대 물가’ 장기화 조짐?

수입물가 석 달째 상승제 지속
국제 유가 불안에 고환율 악재 겹쳐
소비자물가 2%대 하락 시기 지연 전망

서울 시내 한 주요소에 유종별 판매가가 표시돼 있다. 뉴시스

 

 지난달 수입물가(원화 기준)가 국제 유가 상승의 영향으로 3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가뜩이나 불안한 소비자물가를 더욱 자극할 거란 우려가 나온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 유가가 고공행진하고 있는 데다 원·달러 환율까지 1380원 선에서 오르내리는 등 불안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어 ‘3%대 물가’는 좀처럼 잡히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2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물가는 국제 유가 상승의 영향으로 광산품, 석탄 및 석유제품, 제1차 금속제품 등이 오르며 전월 대비 0.4% 상승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원재료는 광산품을 중심으로 전월 대비 0.9% 상승했다. 중간재는 석탄 및 석유제품, 제1차 금속제품 등이 오르며 전월 대비 0.4% 올랐다. 자본재는 한 달 전에 견줘 0.1% 상승한 반면, 소비재는 0.2% 하락했다. 

 

 수입물가는 국제 유가가 뛴 영향이 크다. 월평균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 2월 배럴당 80.88달러에서 지난달 84.18달러까지 올랐다. 이는 한 달 새 4.1% 오른 수준이자 전년 동월 기준으로는 7.2% 상승한 수치다. 이달 수입물가 역시 상승세를 지속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80달러 중반에서 유지되는 등 좀처럼 안정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산해 국제 유가의 변동성이 커지면 국내 물가를 더욱 밀어올릴 전망이다.

 

 최근 강달러 기조 속에 원화가 약세를 지속하고 있는 점도 수입물가를 자극하는 요소다. 원화의 가치가 떨어지면 수입업자로선 더 비싼 가격에 물건을 수입해야 한다고 생각해보면 이해가 쉽다. 지난달 원·달러 환율은 1330.70원으로 전월(1331.74원)과 유사한 흐름을 보였는데 이달 들어선 지난주 장 중 한때 1400원을 넘어서는 등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수입물가는 이달 들어서도 상승세를 이어갔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입물가는 1~2개월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향후 물가 불안 요인도 커졌다. 수입물가가 올라 기업의 생산 원가가 상승하면 생산자물가도 올라 소비자물가도 상승할 수밖에 없어서다.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2년 7월 6.3%에서 지난해 7월 2.4%까지 하락한 후 연말까지 3%를 상당폭 웃도는 수준에서 등락했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 2월과 3월 2개월 연속 3%대를 유지 중이다.

 

 한편 정부는 물가가 지난달 정점을 찍고 하반기엔 안정세로 접어들 거라고 전망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지난달 물가는 국제 유가 상승, 기상여건 악화 등 공급 측 요인들이 겹치면서 상승세가 확대될 우려가 있었지만, 모든 경제주체들의 동참과 정책 노력 등에 힘입어 ‘물가 상승의 고삐는 조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최 부총리는“이달부터는 기상여건이 개선되고 정책효과가 본격화하면서 추가적인 특이요인이 발생하지 않는 한 3월에 연간 물가의 정점을 찍고 하반기로 갈수록 빠르게 안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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