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S광장] ‘싼 게 발암떡’ 中커머스, 규제 대책 시급하다

아무리 ‘제품 수명이 짧다’, ‘배송 7일’, ‘실물과 다르다’라고 해도 고물가 추세 속에 초저가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는데 이제는 작별이다. 중국발 이커머스가 초저가 공세로 국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지만, 역시나 ‘싼 게 비지떡’이다. 아니다. ‘싼 게 발암떡’이다.

 

국내 유통시장에 등장할 때부터 가품(짝퉁), 개인정보 유출 문제들이 불거졌던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발 이커머스는 요즘 유해물질 제품 판매로 시끄럽다. 문제는 어린아이들이 사용하는 상품들에서 허용 기준치를 초과하는 유해물질이 검출됐다는 것이다.

 

최근 서울시는 알리, 테무에서 판매 중인 일부 어린이용 제품에서 사용 금지인 유해성분이 나왔다고 밝혔다. 아이들이 갖고 노는 어린이 점토 제품에서는 국내서 사용이 금지된 클로로메틸이소치아졸리논(CMIT), 메틸이소치아졸리논(MIT) 성분이 검출됐고, 어린이용 차량 햇빛 가리개 제품에서는 프탈레이트계 가소제(DEHP)가 기준치 대비 324배나 초과 검출됐다. DEHP는 장기간 접촉하면 내분비계 장애를 일으킬 수 있을 정도로 위험하다. 

 

관세청이 중국발 이커머스에서 판매하는 어린이용 제품 252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성분 검사에서도 15%(38종)에 이르는 제품에서 국내 안전 기준치를 초과하는 유해물질이 나왔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물놀이용품을 저렴하게 준비하려는 부모들도 이제는 시쳇말로 ‘믿거중’이다. 믿고 거르는 중국이라는 말이다. 유해물질 검출 소식이 전해진 후부터 각종 맘카페에는 중국발 이커머스에 대한 부정적인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어린이날(5월5일)을 앞두고는 ‘알리·테무에서 어린이날 선물 금지’라는 게시물도 봤다.

 

어린이 제품이 이 정도면, 일반 생활용품은 국내 안전 기준치를 넘어선 제품이 얼마나 많을까. 지인이 원하던 디자인의 텀블러를 저렴하게 잘 샀다며 좋아했지만, 오히려 건강에 해를 입힐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아찔하다.

 

개선될 순 있을까. 다수의 셀러가 입점하는 오픈마켓 특성상 업체가 자체적으로 문제 제품을 삭제한다 해도 판매자가 다시금 제품을 올려 재판매할 수 있고, KS 등 별도의 국내 인증 절차 없이도 판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품질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오는 13일 중국발 이커머스 업체들과 제품안전 협약을 맺을 예정이지만, 방대한 중국 제품을 모두 통제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슈 발생 후 이탈현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국내 소비자들이 중국발 이커머스를 이용하고 있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한국인 858만9000명이 알리익스프레스를, 823만8000여명이 테무를 이용 중이다. 국내 토종 플랫폼을 제치고 쿠팡의 1위 자리까지 넘보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는 전 국민의 안전한 거래를 지원할 수 보다 실효성있는 대책이 시급하다.

 

신정원 기자 garden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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