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조로 성장률 0.1%p 상승…경제 위기 해소엔 역부족 평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추가경정예산안 심의 임시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12조2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발표했지만 지속된 대형 산불과 미국의 강경한 관세 정책 등으로 겹친 위기를 막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이번 추경이 시급한 현안과 직결되는 '필수추경'으로 '경기대응용'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추후 국회의 증액 요구에 유연한 입장을 취하겠다는 의견도 내비쳤다.

 

정부는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열고 산불대응 및 통상·인공지능(AI) 지원 등을 위한 2025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을 의결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번 추경은 총 12조2000억원 규모다. 역대 최대 산불 피해 복구(3조2000억원), 통상·AI 산업 경쟁력 강화(4조4000억원), 민생 지원(4조3000억원)이라는 세 가지 핵심 분야에 집중 투입될 방침이다.

 

김윤상 기재부 2차관은 전날 진행된 브리핑에서 "이번 추경으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약 0.1%포인트 상승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추경은 내수 소비 진작이나 투자 확대보다는 산불 피해 복구와 산업 안보 대응, 소상공인 피해 보전 등 '피해 회복' 성격에 초점을 맞췄다. 구조적인 경기 반등을 도모하기보다는 침체한 경제의 불씨를 되살리는 동력을 마련한다는 취지다.

 

정부는 올해 본예산과 기금, 공공기관 투자 등 기존 예산 집행을 조속히 추진하고, 향후 국회에서 추경의 목적에 부합하는 증액 요구가 있을 경우 탄력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통상 위기가 이미 본격화한 상황에서 재정 정책의 타이밍이 늦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추경의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하반기 경기 부진이 장기화할 우려도 제기된다. 최상목 부총리는 최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에 대해 "당초 정부의 전망은 1% 중반대였는데, 작년 4분기와 올해 1분기의 성장세가 나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상당 폭의 하방 위험이 있다"며 "게다가 미국발 관세충격이 있어 소비나 기업 심리가 많이 위축된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역시 지난 2월 제시한 수정 전망치 1.5%도 달성이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전날 간담회에서 "성장 부진을 감안할 때 기존 전망치를 하회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은은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올해 1분기 GDP 성장률이 0.2%를 밑돌 거로 추정하며 역성장 가능성도 시사했다.

 

전문가는 향후 새 정부에서 추가적인 경기부양책이 필요하되, 현시점에서는 골든타임을 놓쳐선 안 되는 사안에 효율적으로 재정을 투입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밝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추경에서 이미 8조원 규모의 적자국채를 발행하는데, 향후 추가 국채 발행을 통한 추경 확대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대규모 추경은 시장 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회사채 차환과 서민 대출 이자 부담을 가중할 수 있고, 민간기업의 신용등급 강등 전망도 나오는데, 이런 위험성이 증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히려 선제적 금리 인하로 대응하는 방안이 낫다고 본다"면서 "재해와 재난 대응에 추가 예산이 필요한 데다, 트럼프 행정부가 빠른 속도로 광범위하게 관세를 인상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응도 불가피한 상황에서 없는 살림에 필요한 부분에만 집중한 추경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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