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NOW] 전동화의 무게중심, 소형 SUV로 이동한다

스즈키 e 비타라

 

전동화가 상징성 단계에서 벗어나 일상적인 생활형 이동수단으로 자리 잡으며 제조사들은 수요가 가장 두터운 소형 SUV를 전동화의 핵심 무대로 삼고 있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자동차 전동화 흐름이 대형·고가 전기차에서 소형·준중형 SUV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마루티 스즈키의 e 비타라(e Vitara)와 메르세데스-벤츠의 전기 GLB EV는 이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소형 전기 SUV, 전동화의 현실적 해법

 

소형 SUV는 높은 시야, 우수한 공간 활용성, 넓은 수요층 덕분에 전통적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강세를 보여왔다. 여기에 배터리 가격 하락과 전기차 전용 플랫폼 효율 개선이 더해지며, 소형 SUV는 전기차 전환의 가장 현실적인 해법으로 떠올랐다.

 

마루티 스즈키 e 비타라는 인도 시장을 겨냥한 첫 전용 전기 SUV로, 합리적인 가격·실용적 주행거리·가족 중심 패키지를 앞세운다. 이는 “첫 전기차는 부담스럽다”는 인식을 낮추고, 기존 내연기관 SUV 수요를 자연스럽게 전기차로 전환하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도 ‘작게’

 

전동화 무게중심 이동은 대중 브랜드뿐 아니라 프리미엄 브랜드에도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EQS, EQE 같은 고급 전기 세단·SUV에서 나아가, 전기 GLB EV와 같이 소형·준중형 SUV를 통해 전기차 판매 볼륨을 키우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전기 GLB는 최대 7인승 구성과 실용적인 공간, 장거리 주행 성능을 강조한다. 이는 전기차가 ‘두 번째 보조 차량’이 아니라, 가족의 메인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며, 전동화가 기술 과시를 넘어 실제 소비자의 일상 속으로 깊게 들어왔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전동화 전략의 변화…‘속도’보다 ‘확산’

 

최근 완성차 업체들의 전동화 전략은 ‘얼마나 폭넓게 팔 수 있을까’로 초점이 바뀌고 있다. 공격적인 전기차 전환 목표 제시보다는 각 시장의 충전 인프라·소비자 수용성·가격 민감도를 고려한 현실적 전략이 강조되는 흐름이다.

 

이 과정에서 소형 전기 SUV는 배터리를 과도하게 키우지 않으면서도 체감 주행거리를 확보할 수 있고 생산 원가와 판매 가격의 균형을 맞추기 쉬워 가장 효율적인 차급으로 부상한다. 전동화 속도를 조절하면서도 판매량을 방어해야 하는 제조사 입장에서는 소형 SUV가 전략적 완충 역할을 하는 셈이다.

 

◆지역별 맞춤형 전기 SUV와 전동화의 ‘보편화’

 

e 비타라와 전기 GLB는 모두 지역 맞춤형 전동화 전략이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e 비타라는 인도와 신흥 시장, 전기 GLB는 유럽·북미를 염두에 둔 설계와 사양을 갖췄다. 같은 전기 SUV라도 시장별 규제, 전력망, 충전 인프라, 보조금 정책에 따라 배터리 크기·성능·가격 전략이 달라지고 있으며 소형 SUV는 이러한 조정을 가장 유연하게 할 수 있는 차급으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전동화 경쟁의 핵심을 기술 우위보다 얼마나 많은 소비자가 부담 없이 살 수 있는지를 핵심으로 본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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