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콜옵션 행사 번복… 시장논란 잠재울까

흥국생명 본사. 사진=흥국생명

 

[세계비즈=이주희 기자] 흥국생명이 이달 9일 예정된 5억 달러(당시 약 5570억원 수준) 규모의 해외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조기상환권(콜옵션)을 미행사 하기로 했지만, 채권시장 경색과 금융시장 내 신뢰도가 하락하자 6일 만에 이를 다시 행사한다고 번복했다. 

 

 이런 결정은 금융 시장의 혼란을 잠재우기 위한 것으로 금융당국은 뒤늦게 대주주 증자와 콜옵션 행사를 요구하며 사태 진정에 나섰다.

 

 9일 흥국생명에 따르면 조기상환에 필요한 자금을 환매조건부채권(RP) 발행으로 조달키로 했다.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국채 등 채권을 담보로 4000억원을 조달하고, 1000억원은 후순위채로 조달할 계획이다.

 

 앞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흥국생명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미행사 결정에 대해 “흥국생명 자체의 채무불이행은 문제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보도자료를 낸 바 있다.

 

 이에 대해 전날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시장 불안이 많이 제기됐기 때문에 흥국생명이 큰 문제없고 경영이 괜찮은 회사라는 보도자료를 시장안정을 위해 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계속 불안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에 저희가 흥국생명과 얘기해서 가장 근본적으로는 (대주주가) 증자를 해야 된다고 해서 증자하고, 해외투자자들의 기대에도 맞게끔 콜옵션을 행사하는 쪽으로 신속하게 대응했다”고 덧붙였다.  

 

 자금 조달은 흥국생명 RP 4000억원을 주요 시중은행들이 매입하고, 수수료를 조금 높게 책정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흥국생명의 모기업인 태광그룹도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자본확충을 지원하기로 했다.

 

 흥국생명은 5억 달러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을 미행사하면 페널티로 기존 4.475%의 금리에서 미국 국채 5년물 금리 2.472%포인트를 더한 6.7% 수준의 금리를 내야했다. 그러나 흥국생명 입장에서는 연 12%가 넘는 새 신종자본증권 금리보다는 콜옵션 미행사가 유리하기 때문에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

 

 흥국생명이 자본 확충에 나선 것은 지급여력(RBC)비율을 제고하기 위한 것으로, 보험업법 감독 규정상 RBC비율은 150% 이상이어야 한다. 흥국생명의 지난 6월말 RBC비율은 157.8%로 금융당국의 권고치를 간신히 웃돌았는데, 금리 상승 기조를 반영하면 이 비율이 150% 이하로 하락할 가능성이 커 콜옵션 행사가 불가능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준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흥국생명은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미행사가 시장에 파장을 미칠 것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미 지난 9월에 신종자본증권 상환을 위한 자금 조달을 시도했으나 시장 상황 악화로 조달에 실패하자 결국 콜옵션을 미행사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어 “흥국생명은 콜옵션 권리 행사 의사를 밝힌 상황이지만, 결과적으로 흥국생명의 해외 자본 시장의 접근성과 신인도가 저하는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김 연구원은 “뿐만 아니라 그동안 해외에서 자금 조달이 가능했던 일부 국내 기관들의 조달 여건도 악화시킬 여지도 있는데 최근 레고랜드 이슈 이후 국내 자금시장이 급격히 냉각됨에 따라 금융당국은 유동성 대응책 발표와 더불어 국내 기관에게 해외 조달을 권고한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jh22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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