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금리 5.26% 연고점 또 경신…기업 자금조달 시장 ‘꽁꽁’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월 이후 가장 높아
91~180일물부터 CP금리 안정세 돌입 분석도

게티이미지뱅크

 

[세계비즈=오현승 기자] 기업어음(CP) 91일물 금리가 연 5.26%를 기록하며 연중 최고치를 또다시 갈아치웠다. 올해 첫 거래일인 1월 3일 대비 371bp 급등한 것으로 이는 기업들의 자금 조달여건이 악화되고 있다는 걸 뜻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달 정부가 내놓은 채권·CP시장 안정화 대책에 따라 59일물 대비 91일~180일물 CP부터 서서히 안정세에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7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16일 신용평가등급이 A1인 CP금리는 연 5.26%를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지난 2009년 1월 13일(연 5.37%)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올해 1월 3일(연 1.55%)에 견줘 371bp나 상승한 수준이기도 하다. 월별 CP금리는 지난 1월 연 1.59%를 기록한 후 서서히 오름세를 이어가더니 6월(연 2.23%) 들어 연 2%대로 올라섰다. 이후 7월(연 2.62%), 8월(연 2.89%), 9월(연 3.14%), 10월(연 3.98%)을 기록하며 가파르게 뛰었다.

 

 이는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기업들이 단기자금 시장에서 돈을 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선 신용등급 A급뿐만 아니라 AA급 기업들도 CP시장을 통해 자금조달에 나서고 있다.

 

 CP는 발행절차가 복잡하지 않다는 점이 장점이다. 이사회 결의 없이도 발행이 가능하다. 공모채를 발행하려면 금융감독원에 투자설명서를 제출하고 수요예측을 진행해야 하는데 이 같은 절차도 불필요하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발행금리가 높고 만기가 짧다.

 

 CP금리가 오르면서 CP와 양도성예금증서(CD) 91일물 간 스프레드는 더욱 확대되고 있다. 지난 16일 기준 CP와 CD간 금리 차는 129bp까지 벌어졌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월 16일(128bp) 보다도 금리 차가 더 벌어진 것이다. CP와 CD간 금리 차 확대는 은행의 신용도에 견줘 기업의 신용도가 나빠졌다는 신호다.

 

 상대적으로 만기가 긴 91일~180일물부터 서서히 CP금리가 안정세가 보이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91일~180일물 CP금리는 정부의 유동성 공급대책 발표(10월 23일) 직전인 지난달 21일 연 6.39%에서 이달 4일 연 6.67%까지 올랐다가 지난 16일엔 연 5.35%로 하락했다. 반면 59일물은 지난달 21일 연 4.33%에서 이달 4일 연 5.75%까지 올랐다가 지난 15일엔 연 7.1%까지 치솟았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러한 흐름에 대해 “만기가 짧은 51일 이하물은 상대적으로 자금 사정이 더 급한 기업들이 찾는 시장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불안한 상황이지만, 91~180일물에선 시장 안정화 대책의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지난 16일 기준 기간별 CP발행 잔액은 59일물 이하가 67조 6029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은 91일~180일물(43조 1793억원), 181일~270일물(24조 2944억원), 271일~1년물(21조 3580억원), 60일~90일물(19조 261억원) 순이었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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