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진 금리수준·주택가격 하락 기대감까지…올해 집값 추가 하락 가능성”

한국은행 통화신용정책보고서 발간
주택가격 조정과 가계부채 디레버레이징 동시 진행 가능성
비은행 금융기관 부동산 리스크 면밀 점검 필요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전경. 뉴시스

 

 높아진 금리수준과 주택가격 하락기대, 주택경기 순환주기 등을 고려할 때 올해 주택가격이 추가 하락할 거라는 분석이 나왔다. 고위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부실이 현실화할 경우 비은행 금융기관의 신용 리스크가 확산할 거란 우려도 제기됐다.

 

 한국은행은 9일 발간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주택가격 기대심리의 높은 지속성을 고려할 때 향후 하락기대 심리가 상당기간 이어지면서 주택가격 하방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한은은 매해 2회 이상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발간하는데, 이번 보고서는 지난해 11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직후부터 지난달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시까지의 기간을 대상으로 작성됐다.

 

 보고서는 주택가격이 지난 2020년 이후 소득 등 경제여건과 괴리된 상태로 큰 폭 상승하면서 조정 압력이 크게 높아졌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중반 이후 부동산 경기가 빠르게 위축되면서 조정국면에 진입했지만 여전히 소득, 사용가치 등과 괴리를 보인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그간의 주택가격 상승은 저금리 기조 하에서 가격 상승기대가 확산되고 수요 대비 공급이 제한되었던 점 등에 상당 부분 기인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주택구매 시 레버리지 활용이 확대됨에 따라 주택가격 및 가계대출의 금리민감도도 커졌을 것으로 추정되므로, 향후 주택가격 조정과 가계부채 ‘디레버리징’이 함께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최근 매매·전세가격의 동반 하락은 주택경기 둔화 및 디레버리징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봤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월 전국주택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6.2% 하락했다. 매매수급지수도 76.05에 그친다. 통상 매매시장과 전세시장은 가격이 상반된 흐름을 보이는 경향이 있으나 최근에는 이자부담에 따른 전세수요 위축으로 매매·전세가격이 동반 하락하고 전세가율의 하향 추세가 지속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호황기에 누적된 갭투자 주택 물량은 임대인들이 매도에 나설 경우 주택가격 하방 압력을 높일 수 있으며, 매매가격이 기존 임대차 계약의 임대보증금보다 낮아질 경우 임차인들의 리스크도 확대될 수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비은행 금융기관의 부동산 금융 관련 리스크 확대 가능성에 대한 대응의 중요성도 제기된다. 보고서는 “부동산 금융 익스포저가 큰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한 신용 경계감 확산과 이에 따른 금융불안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한계부문을 조기에 식별하고 정리를 유도해 거래상대방 위험을 낮추는 게 시급하다”며 “특히 부동산 PF 금융은 구조조정이 지연될수록 관련 비용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홍경식 한은 통화정책국장은 “살아남아서 가치가 있을 PF인지 아닌지 판별하는 작업은 끊임없이 정부와 협력해서 하고 있다”며 “감독당국과 유기적으로 협력해서 모니터링을 지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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