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수소가 미래를 바꾼다...건설업계, 그린수소 인프라 구축 총력

SK에코플랜트가 지난달 부산 기후산업국제박람회에서 선보인 ‘그린시티’의 모습. 에너지∙환경 사업 전반을 하나로 연결된 미래 도시 디오라마로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SK에코플랜트

 차세대 에너지원인 ‘수소’에 대한 정부와 산업계의 관심이 뜨겁다. 수소는 장기 저장과 운송이 쉽고 화합물형태로 변환도 용이하며 쓰임새도 많아 ‘에너지 화폐‘로까지 불린다. 

 

 11일 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그린수소’는 태양광·풍력 등 친환경 재생 에너지로 물을 분해해서 얻는 것으로 생산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전혀 없는 점이 특징이다. 그린수소는 친환경적 생산 방식으로 인한 글로벌 탈탄소 경제 기여, 생산 인프라 건설 및 기술 연구를 위한 유·무형의 경제적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는 미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McKinsey)는 세계 수소 시장이 2조5000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창출하고, 약 300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자립형 시장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레이·블루·그린수소 중 그린수소가 ‘베스트’

 

 수소는 생산 과정에 따라 크게 그레이수소와 블루수소, 그린수소로 구분된다. 메탄(CH4)과 고온·고압의 수증기(H2O)를 화학반응시켜서 얻는 수소(H2)를 일컫는 그레이수소는 생산과정에서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에 현재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수소의 95% 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널리 쓰이고 있다.

 

 다만, 생산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탄소(C)를 배출시키는 치명적인 단점을 지니고 있다. 최근 전 세계 정부와 기업들이 ‘탈탄소’를 전면에 표방하고 있는 만큼 그레이수소 생산방식은 점점 자취를 감추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블루수소는 그레이수소 다음으로 일반적인 수소 생산방식으로, 기본 과정은 그레이수소 방식과 동일하다.

 

 다만 탄소포집(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분리하는 기술)을 통해 수소의 생성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90%까지 포집하는 것이 특징이다. 포집된 탄소는 산업 원료로 재사용되는 경우도 있고, 지하 저장고에 저장하기도 하는데 이 경우 비용도 상당히 발생하고 여전히 이산화탄소를 대기로 배출한다는 단점이 있다.

 

 그레이·블루 수소에 비해 유망하다고 평가받는 그린수소는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전력을 이용한 수전해를 통해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수전해란 물을 전기분해해 분리막으로 이온을 이동시키면서 수소와 산소를 생성하는 전기화학적 기술을 일컫는다.

 

 이 수전해 기술 상용화에 막대한 비용이 드는 점이 단점이지만 산업계는 그린수소의 ‘지속가능성’ 및 연구 과정에서 얻는 유·무형의 노하우가 가져다 줄 거대한 가치에 주목하고 있다. 

 

◆건설업계, 미래 먹거리로 ‘그린수소’를 점찍다

 

 자동차 업계의 경우 수소를 전기차와 함께 화석 에너지를 대체할 미래 에너지원으로 오랜 기간 주목해왔다. 철강과 석유화학 등 중공업계는 수소를 수소환원제철 등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사업영역으로서 수소 생산 시스템 마련을 준비하고 있다. 반면 건설업계는 이러한 수소를 직접적으로 이용하기보다는, 이를 생산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 관련 기술과 글로벌 파트너십 확보에 여념이 없다. 

 

 국내 대형건설업계 중 그린수소 생산 인프라 구축을 위해 가장 분주하게 움직이는 곳은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SK에코플랜트다. 

 

 삼성물산은 지난달 17일 일본 미쓰비시 상사의 자회사인 글로벌 에너지 전문 기업 DGA와 호주 그린수소·암모니아 프로젝트의 공동 개발과 운영을 위한 업

무협약(MOU)을 체결했다.

 

 

김성준 삼성물산 상무와 사쿠라이 기미호 치요다 화공건설 상무가 지난 3월 30일 일본 요코하마시 치요다 본사에서 ‘SPERA 수소 기술을 활용한 수소 사업 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모습. 삼성물산 제공

양 사는 이번 협약을 통해 서호주 지역에서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 발전 단지를 조성하고, 이와 연계한 그린수소 생산설비를 구축하는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서호주에서 생산한 그린수소를 암모니아로 변환해 한국과 일본 시장 등에 공급하며 글로벌 협력을 지속해 갈 방침이다.

 

 이병수 삼성물산 부사장은 “삼성물산은 풍부한 자원과 영토, 그리고 인센티브가 더해진 호주 시장에 적극 진출하고, 이를 통해 ‘토탈 에너지 솔루션 프로바이더’로 미래 성장동력을 구축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SK에코플랜트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수년전 각 멤버사 사업모델(BM)의 근본적인 혁신을 주문한 데 맞춰 빠른 시간에 환경∙에너지 기업으로 탈바꿈하며 그린수소를 비롯한 친환경 대체 에너지 생산과 관련 인프라 구축 노하우를 확보에 나서고 있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SK에코플랜트는 재생에너지부터 고체산화물수전해기(SOEC)를 활용한 수전해에 이르기까지 그린수소 밸류체인을 완비했다“며 “글로벌 해상풍력 기업들과 공동개발중인 2.6GW 규모 해상풍력사업과 하부구조물 글로벌 톱티어(Top-tier) 기업인 자회사 SK오션플랜트 등 풍력발전 분야 대표성도 갖췄다”고 말했다. 

 

 SK에코플랜트는 2018년부터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블룸에너지와 협력을 통해 그린수소 생산을 위한 수전해 경쟁력을 확보했다. 

 

 SK에코플랜트는 캐나다 World Energy GH2 뉴지오호닉 프로젝트에도 참여한다. 이 프로젝트는 캐나다 최동단에 위치한 뉴펀들랜드 섬에서 풍력발전 기반으로 그린수소를 생산하고, 그린암모니아로 변환해 북미 대륙에서 유럽 대륙까지 이동하는 상용화 프로젝트다.

 

◆정부도 주목하는 ‘그린수소’ 생태계’

 

 우리 정부도 경제 전반에 그린수소가 가져다 줄 긍정적 효과에 주목하고 효과적인 지원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4월 미국 국빈 방문 당시 미국 수소에너지 기업으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면서 ‘청정수소 생태계 조성’이라는 현 정부의 탄소중립 청사진에 밑그림을 그린 바 있다. 

 

지난해 9월 오영훈 제주지사와 박일준 산업통산자원부 차관이 제주에서 열린 ‘그린수소 글로벌 허브 구축계획 발표 및 12.5㎿ 그린수소 생산설비 실증 착수 기념행사’에 참석한 모습. 뉴시스

 지자체들도 그린수소에 주목하고 있다. 제주도는 오는 2029년까지 20만㎡ 규모의 제주형 스마트그린산업단지를 조성해 그린수소, 민간우주산업, 도심항공교통 관련 기업을 유치할 계획이다. 

 

 전라북도는 아랍에미리트(UAE) 알 파탄 그룹, 알 파탄 엘텍유브이씨 그린에너지 등과 지난 7일 업무 협약을 맺고 전세계 기후변화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그린수소 산업 육성과 활용사업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대규모 수소생산능력을 지닌 전남 여수 산업단지도 그동안 지나치게 의존해 온 석유화학 산업에서 벗어나 수소 중심의 산업 체계 전환을 강조했다. 

 

 한종희 한국에너지공대 교수는 “현재 여수는 수소생산능력 전국 2위로 전체 수소 생산의 34%를 담당할 만큼 수소 분야의 잠재력이 크다”며 “전 세계 그린수소 시장이 2021년 4억4000만 달러에서 2026년 43억7000만 달러로 10배 넘게 성장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여수시와 중앙정부 차원에서 그린수소 산업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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