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신규대출 막힌 지식산업센터, 혹한에 대비해야

 ’아파트형공장’으로 불리며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에 적용을 받는 지식산업센터는 지상 3층 이상의 집합건축물이다. 정보통신산업의 사업장이 6개 이상 입주하면 되고, 산업단지 등 공업지역뿐만 아니라 상업지역 등에도 건설할 수 있다. 제조업이나 지식산업·정보통신산업 관련 사업시설과 상가 같은 지원시설이 복합적으로 입주할 수 있는 건물로 보면 된다.

 

 서울지역에선 주로 구로동이나 가산디지털단지, 성수동 일대에 많이 들어서 있고 최근엔 택지지구 내 자족시설을 넣는다는 목적으로 수도권 2~3기 신도시에도 많이 건립했다.

 

 건축물 대장상 주택이 아니라서 다주택 규제가 없고 세금부담이 낮다는 이유로 한때 투자수요가 유입되면서 2021년과 2022년엔 전국적으로 215개 사업장이 동시 분양됐고 관련 물량의 입주 시기가 도래하고 있다. 하지만 미분양이나 미입주 등 공실 문제가 현실화하면서 최근 금융권의 신규대출이 막힌 상태다. 실제 2024년 10월 21일부터 일부 은행은 지식산업센터에 대한 대출상품(비주거용 중도금 집단 시설대) 판매를 일시 중단했다.

 

 지식산업센터의 공급과잉 우려가 공실로 이어졌고 담보대출을 받은 기존 대출자의 연체율이 증가하며 금융권의 대출 회수율이 저조해지자 아예 신규대출을 중단한 것이다.

 

 수도권 신도시나 역세권 일대에 건립된 지식산업센터는 상가나 아파트처럼 도심 내 수직적 집적이 가능하다 보니 임대수익 및 매각차익을 기대하는 투자수요 유입이 많았다. 하지만 장밋빛 기대와 달리 공실과 미계약, 미입주 문제 외에도 낮은 거래 회전율, 대출 규제까지 더해지며 좀처럼 활기를 찾기 어려운 모습이다.

 

 지식산업센터의 대량 공급 후폭풍은 올해 들어 관련 상품의 경매 수치 악화로 현실화하고 있다. 경매정보회사 지지옥션에 따르면 서울 지식산업센터의 임의경매 매각 건(상가포함)이 1월 10건, 2월 21건 수준에서 10월 현재 33건으로 크게 늘었다. 10월 지식산업센터의 상가 경매를 제외한 순 경매 건수는 31건으로 이 중 11건만 매각되며 매각률이 35%에 그쳤다. 매각가율은 66.5%로 저조한 편이다.

 

 지식산업센터는 금융, 보험, 교육, 의료, 무역, 판매업, 근린생활시설, 운동 시설, 상점 외에도 콜센터, 광고대행업 등 서비스 업종까지 입주가 허용되며 기존 사무실을 대체할 수 있는 공간으로 공급량이 단기 성장했다.

 

 수도권 택지지구의 자족 기능 향상 목적으로 때로는 도심의 공업지역을 재개조해 개발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투자상품으로 주목받았다. 주택과 달리 보유 개수에 상관없이 종부세, 양도세 중과규제를 받지 않고, 전매제한 및 대출 규제가 헐거워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상품으로 인식됐다. 저금리와 맞물린 투자수요의 유입도 상당했다.

 

 하지만 2022년 하반기부터 기준금리가 급격히 오르고 대내외적인 경기 위축이 계속되자 분양과 거래에 타격을 받고 있다. 지난 10월 11일 기준금리가 0.25%P 하락하며 3.25%로 낮아지긴 했으나 스트레스 DSR 2단계 규제(2024년 9월 시행)와 금융권의 가계대출 총량규제가 맞물리며 자금조달 상황이 여의치 않아졌다. 매물은 나오고 있으나 거래할 투자자가 부족한 상황이고 관련 경매물건이 증가하고 있다.

 

 당분간 역세권 등 입지가 우수하고 임대차 수요가 갖춰진 지식산업센터 위주로 거래가 제한될 전망이다. 과잉공급이 해소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매도자 열위의 시장과 거래시장 혹한에 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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