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이후 이토록 유가에 민감해진 시기는 없을 것이다. 우리를 기준으로 서남아시아, 유럽과 미국을 기준으로는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으로 인해 전 세계가 고통받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번 전쟁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동맹국 동의나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이란을 공격하면서 크게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 때나 봤던 차량 5부제 전면 실시부터 사상 처음으로 국내에서 실시되는 석유 최고가격제까지 정부와 산업계는 비상이다.
국제 질서도 급변하는 중이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무기화 하면서 미국은 물론, 이 지역에서 원유와 관련 원자재를 공급받는 수많은 나라들이 타격을 입고 있다. 또한 일찌감치 미국과 가까이 지내면서 이스라엘과 수교까지 하던 인근 이슬람 국가들은 이번 전쟁으로 이란의 공격을 받으면서 새로운 안보 위기를 경험하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일방적인 전쟁에 전통의 두 나라 동맹국들조차 등을 돌리는 형국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이어져왔던 국제 질서가 무너지고 새로운 변화를 맞게 될 중대한 국면으로 보는 시각도 나올 정도다.
이번 전쟁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움직임도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이미 기후변화를 넘어 이상기후는 지구에 빨간불이 켜졌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지난 19일 4월임에도 낮 기온이 30도에 육박하면서 곳곳에서 4월 중순 최고기온 기록이 속출했다. 기상관측소 측정 결과, 오후 1시 41분쯤 29.4도를 기록하면서 1907년 이후 4월 중순 기온으로는 가장 높은 수치고 4월 전체로 보면 세 번째로 높은 기온을 나타냈다. 이 밖에도 경기 동두천 30.8도, 파주 28.8도, 충남 홍성 28.9도, 경남 통영 25.0도 등 곳곳에서 4월 중순 최고기온을 찍었다. 이런 상황에서 석유 등 화석에너지 공급이 여의치 않게 되면서 이를 대체할 에너지 및 원자재 모색의 강력한 원동력이 되고 있다.
그동안 인류는 거대한 착각에 빠져 살아왔다. 바로 지구를 지배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인류 역시 지구상 생명체 중 하나로 함께 사는 존재일뿐인데 오만하게도 지구와 지구상 생명체를 모두 지배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지금껏 살아온 것이다. 그렇게 인류가 살아온 방식이 바로 선형경제다. 선형경제란 자원을 채취·제조·소비·폐기하는 일방향 구조로 이뤄지는 경제를 가리킨다. 자원 재순환 없이 그저 소비하고 쓰레기를 배출하며 자신의 터전을 오염시키고 자원을 고갈시키는 행태다. 영원히 계속될 수 없지만 방향 전환을 늦추려고만 할뿐 여전히 이를 타개할 유일한 해결책인 순환경제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순환경제는 지구 생태계와 궤를 같이 한다. 자원을 사용한 후에 재활용한다. 흙에서 출발한 식물이 태양에너지를 흡수하고 이를 소비하는 초식동물과 역시 초식동물을 소비하는 육식동물 등 여러 단계를 거쳐 다시 흙으로 되돌아가 에너지를 순환시키는 생태계처럼 우리 인류의 산업도 낭비 없이 재순환하는 구조로 재설정하자는 것이 순환경제의 취지다. 이번 전쟁은 선형경제에서 순환경제로의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이번 전쟁은 인류의 대전환을 위한 중요한 계기가 될 지도 모른다.
이미 이번 전쟁으로 인한 화석 연료 위기 타개를 위해 많은 나라들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에너지 전환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낙관적으로만 보기에 인류는 여전히 전쟁을 벌이고 성장에만 매달려 자신들이 잃어가고 있는 것들을 되돌아보지 못하고 있다. 또 비관적으로만 생각하기에 인류는 지금 거대한 방향 전환을 모색하며 열심히 노력하고 있기도 하다. 양차 세계대전 이후 인류는 적어도 인류 보편의 가치에 대한 동의 하에 평화로운 국제 질서를 위해 애써왔다. 22일은 지구의 날이었다. 1970년 이래 지구의 날은 늘 4월 22일이었지만 올해는 더욱 남다르게 다가온다.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은 선형경제에서 벗어나 순환경제로의 전환을 서둘러야 할 때다.
[한준호 산업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