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반려동물 동반이 가능했는데 이번에 법이 바뀌면서…”
3일 저녁 서울의 한 카페를 찾았다가 메뉴에 ‘퍼푸치노(강아지용 카푸치노)’가 눈에 띄어 매장 직원에게 반려동물 동반이 가능하냐고 물어봤더니 되돌아온 답변이다. 강아지가 출입할 수도 없는데 강아지를 위한 메뉴가 존재하는 아이러니라니.
해당 직원이 언급한 ‘법’은 이달 1일부터 적용되고 있는 식품위생법 시행령 제21조다. 일반음식점, 휴게음식점, 제과점을 운영하고 있거나 운영하려는 영업자 중 영업장 시설기준, 영업자 준수사항 등 위생·안전관리 기준을 준수하는 경우에 반려동물 동반 출입 음식점 운영이 가능하다는 내용이다. 기존에는 위생과 안전 등의 이유로 음식점에 장애인도우미견을 제외한 반려동물의 입장이 법으로 금지됐지만, 이제는 반려동물 동반을 원하는 매장은 일정 기준을 준수하며 반려견 및 반려묘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지난 1일부로 합법화가 됐다지만 반려동물 동반 카페와 식당은 사실 수년 전부터 존재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산업통상부 등에서 2023년부터 규제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일부 음식점에서 반려동물 동반 출입을 ‘시범적’으로 허용해왔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약 2년의 시범운영 결과 위생·안전 수준 개선, 업계 및 소비자 만족도 향상 등 긍정적 효과를 확인했고 업계, 전문가, 소비자 의견을 수렴한 뒤 법을 개정하고 이번에 시행한 것이다.
하지만 일부 반려인 사이에서는 해당 법이 시행되면서 오히려 반려동물 동반 카페가 줄어들었다는 불만이 돈다. 최근 방문한 카페처럼 실제 사례를 보기도 했다. 같은 반려인 입장에서 멀쩡히 잘 다니던 카페가 하루아침에 노펫존(No Pet Zone)이 된 것에 대한 아쉬움에 충분히 공감한다.
다만 짚고 넘어가야 할 측면이 있다. 앞서 반려동물 동반 매장으로 운영했지만 이번 시행령을 기준으로 노펫존으로 전환한 매장이라면, 그곳은 높은 확률로 반려동물 동반 매장으로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공간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2월 기준 식약처의 규제샌드박스 아래 정식으로 운영된 반려동물 동반 매장은 전국에 228곳뿐이었다. 그 외 반려동물 동반 매장의 상당수는 위생·안전 기준이 미충족된 상태로 운영된 ‘불법’ 매장이었다. 그리고 ‘합법’ 매장은 대부분 이달 1일 이후로도 기존처럼 반려동물의 출입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시행령의 위생·안전 기준을 보면 ▲조리장이나 식재료 보관창고 등 식품취급시설에 동물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칸막이나 울타리 설치, ▲입구에 반려동물 동반 출입 가능 업소라는 사실을 표지판이나 안내문으로 게시, ▲매장 내에서 반려동물이 보호자를 벗어나 자유롭게 이동할 수 없다는 수칙 안내, ▲동물 전용 의자나 케이지, 목줄 걸이(후크) 등 고정장치 구비로 안전사고 예방, ▲다른 손님이나 동물 간의 접촉 방지를 위해 식탁과 통로 사이의 간격을 충분히 유지, ▲음식물 진열·보관·판매·제공 시에는 털 등 이물질이 들어가지 않도록 뚜껑이나 덮개 사용, ▲반려동물용 식기는 사람용과 엄격히 구분 관리, ▲분변 등을 담을 수 있는 전용 쓰레기통 비치, ▲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반려동물의 출입 제한 사실도 명시 등이 있다.
위반 시 최대 영업정지 처분까지 받을 수 있는 해당 기준들이 과도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반려인뿐 아니라 비반려인도 함께 이용하는 매장이기에 반드시 지켜야하는 수준으로 보인다. 게다가 강제 사항도 아니다. 반려동물 동반으로 운영하고 싶은 매장에게만 적용되는 기준이다.
결국 이번 시행령을 통해 반려동물 동반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거나 더 이상 운영 의지가 없는 매장이 ‘걸러진’ 셈이고, 반대로 반려가족을 위한 공간이면서도 비반려인과 공존에도 신경을 쓰는 ‘검증된’ 매장들만 남은 것이다. 당장은 반려동물과 함께 갈 수 있는 식당과 카페가 줄어들어 아쉬울 수 있지만, ‘진짜 반려문화 선진국’으로 향하는 성장통으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한편 식약처는 새로운 법의 시행 초기라 ‘잘 몰라서’ 일단 반려동물 동반 영업을 중단한 매장도 적지 않다고 보고 전국을 돌며 업주 대상 설명회를 진행 중이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