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업무를 하다 보면 생각보다 많은 소비자가 알아서 해달라는 말을 많이 한다는 것에 미묘한 감정을 느낀다. 전문가의 경험상 가장 좋은 방안을 찾아 주리라는 신뢰를 보내 주신다고 생각되는 소비자도 있고 다른 중요한 일이 더 많으니 이 정도는 알아서 해달라는 취지로 이야기하는 분도 있다. 하지만 사람마다 처한 상황과 세금액에 대한 민감도가 다르고 리스크 부담 정도도 모두 천차만별이라 필자는 알아서 해달라는 막연한 주문에도 항상 업무 중에 관련 내역을 공유하고 확인하는 편이다.
예를 들어 A법인에서 30만원의 인근 식당에서의 지출이 있었고 700만원의 지출이 처음보는 거래처에 있다고 해보자. 세무대리인에게 기장을 맡기면서 알아서 해달라고 하면 어떻게 될까. 금액적 중요성을 따져서 30만원은 회사 인근이니 적절히 회식대로 넣거나 금액이 크다 생각하면 접대비로 처리할 것이다. 700만원의 경우 처음보는 거래처에서 재고를 매입한 것인지 아니면 용역을 제공받은 것인지 무관하게 제조업체의 경우 대략적으로 원가쪽 아무 계정으로 비용 처리될 것이다.
그러나 식당에 무엇 때문에 가서 누구와 식사를 했는지에 따라 회계처리, 세무상 리스크는 모두 달라진다. 700만원의 지출은 어떠한가. 저기서 명확히 알 수 있는 것은 처음보는 업체에 지급한 돈뿐이다. 그러면 해당 업체에 자금을 대여한 것인지, 물건을 사온 것인지 뭔지 알 수 없다. 보통 세금계산서가 발행됐으면 설마 자금 대여는 아닐 것이라는 유추를 할 수 있을 뿐이다. 이런 부분에 대해 고객에게 사실관계를 확인 하기가 쉬울까. 일을 맡아서 하는 대리인도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고객에게 신경 쓰이게 하는 것이 싫어서 마음이 불편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 이제 회사 장부는 산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그나마 양심적인 세무대리인은 질문을 모아서 한번에 물어보고 추가적인 의문이 생각나는 점은 중요치 않으면 고객의 신경을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적당히 처리할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기장수수료가 만약 한달에 5만원 정도로 매우 낮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낮은 기장료를 찾아온 고객의 경우 세무대리인도 편하고 이용자도 편하게 일이 처리된다. 정확도보다는 편리성에 포커스를 맞춰서 신고하게 된다는 의미다. 흔히 말하는 인공지능(AI)로 기장을 해준다는 곳들이 해당될 가능성이 높은데 AI가 내가 쓴 돈이 어디에 어떤 의도로 쓰였는지 알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 대강 짜여진 로직에 맞춰서 업종이나 금액별로 세무처리하고 있겠구나를 금방 눈치챌 수 있다.
그러면 세무서비스를 잘 받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는 생각보다 매우 손쉽게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우리가 아파서 동네 병원을 갔을 때 의사 선생님에게 증상을 설명하듯이 세무대리인과 소통을 하면 된다. 최대한 소상히 설명하고 최대한 의사 선생님과의 소통에 많은 시간을 보낼수록 진단의 정확도는 올라갈 것이다. 세무대리인과의 소통도 마찬가지이다. 통장을 보고 세금계산서 내역을 세무대리인이 볼 수 있다고 하더라도 소비자 옆에 24시간 붙어서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못하므로 본인이 한 행위에 대해 대리인이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소통을 잘할 수 있는 세무대리인에게 업무를 맡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항상 세무상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는 대부분 세법의 무지나 실수보다는 사실관계 찾기를 포기하고 소통을 귀찮아 하는 대리인의 태도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타인의 말을 경청하는 데에는 에너지가 생각보다 많이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몸이 아파서 간 병원에서 증상을 말하지 않고 피곤하고 귀찮아 하기만 한다면 의사선생님이 할 수 있는 거라곤 비타민 수액이나 하나 놓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최정욱 회계법인 브릿지 공인회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