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을 조기에 수령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개인별, 상황별 유불리를 따져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행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65세다. 이때부터 받기 시작하면 ‘정상연금’, 65세 이전에 받으면 ‘조기연금’, 이후에 받으면 ‘연기연금’이라 부른다. 개시 시점은 개인이 선택할 수 있다.
최근 조기연금 열풍이 불고 있다. 가입 기간 10년 이상, 조기연금 신청 시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을 합쳐 286만1091원 이하(2023년 기준)면 연금 수령 시점을 최대 5년 앞당길 수 있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조기연금 수급자 수는 총 80만413명이었다. 1999년 제도 도입 이후 처음으로 80만명을 넘어섰다. 올해 신규 신청자 수는 지난 4월까지 4만5111명이었다. 일찌감치 지난해 1년간 신청자 수(5만9314명)에 근접했다.
당초 조기연금은 소득 감소로 노후 생활이 어려워진 사람들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됐다. 여전히 사업 실패, 퇴직 등으로 최소한의 생계비를 마련하기 위해 조기연금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새로운 이유가 추가됐다.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여유롭게 생활하며 경제적 풍요를 즐기고자 하는 이들의 수요가 생겼다. 연금 고갈이 우려돼 일찍 수급하려는 이들도 있다. 고령화에 따른 인구 구조 악화가 연금 가입자 감소로 이어졌고, 이러한 추세가 계속되면 국민연금 5차 재정계산에 따라 2055년으로 예고된 고갈 시점이 더욱 빨라질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작용했다.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 조기연금을 택하는 이들도 있다. 지난해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 기준이 강화돼 소득 기준이 연 3400만원 이하에서 연 2000만원 이하로 바뀌었다. 세전 연금 수령액이나 각종 이자소득 및 배당소득이 연 2000만원을 넘으면 건강보험료를 내야 한다.
조기연금 수령엔 결정적인 단점이 있다. 1년 앞당겨 받을 때마다 연금 수령액이 6%씩 감액된다. 최대 5년 일찍 수급하면 연금액은 30% 줄어든다. 지난해 국민연금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월평균 소득 268만원에 20년 가입한 65세 가입자가 정상연금으로 수령하면 최초 월 연금액은 54만원이다. 5년 앞당기면 월 38만원으로 줄어든다. 20년 동안 받는다는 가정 아래 생애 총급여액을 계산하면 정상연금 시 1억985만원이던 총액이 9210만원까지 쪼그라든다. 1775만원, 16.2% 감액된 금액이다.
정상연금과 조기연금의 격차는 시간이 흐를수록 커진다. 수명이 길수록 조기연금 수령에 따른 손해도 커지는 구조다. 연금을 받기 시작하면 취소가 불가능해 평생 최초 선택한 금액을 수급해야 한다. 또한 연금을 받는 도중 수입이 기준치인 286만1091원을 넘어서면 지급이 정지된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정상연금, 조기연금 대신 연기연금으로 눈길을 돌릴 수도 있다. 최대 5년을 늦춰 받을 수 있고, 이 경우 정상연금 대비 최대 36% 더 많이 수령 가능하다.
연금을 언제, 어떻게 받는지는 개인의 선택이다. 재정 상황, 가치관,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해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
최원영 기자 yeo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