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긴 터널…아시아나의 무거운 날개

인천공항전망대에서 바라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운항기의 모습. 뉴시스

 

‘아시아나의 날갯짓이 유독 무겁다.’

 

대한항공과의 합병 과정이 장기화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이 부채비율 상승 및 수익성 감소까지 겪으며 설상가상이다.

 

합병 과정이 더딘 주요인은 경쟁 당국의 기업결합 심사 승인 지연 때문이다. 이에 아시아나항공의 재무 부담은 어느 때보다 가중되고 있다. 일부에선 합병 이후 추가 자금 투입이 미뤄질 경우 취약한 재무구조로 독자 생존이 불투명하다고 본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의 올 상반기 부채비율은 1741%다. 자본총계는 6921억600만원에 불과한 데 반해 부채총계는 12조515억원에 이르는 등 재무건전성이 취약한 상태다. 차입금 의존도는 56% 수준이다.

 

아시아나항공의 부채 비율은 지난해 3분기 3781% 수준까지 치솟았지만 지난해 4분기에 환율 효과 등 영향으로 1500% 이하로 떨어진 후 올해 상반기 기준 1700% 정도다.

 

항공사들의 경우 항공기를 리스하는 산업 구조 특성상 다른 기업들보다 부채비율이 높게 형성됐지만 아시아나항공의 부채 비율은 대한항공 197%, 제주항공 510% 등 경쟁사 대비 높은 편이다.

 

재무구조 악화의 또 다른 원인은 대규모 이자비용을 꼽을 수 있다. 올 상반기 아시아나항공은 2014억원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산업은행(산은)과 수출입은행(수은)에 낸 이자만 2023억원으로 빚 갚는데 벌어들인 돈을 다 썼다.

 

높은 이자비용을 줄이기 위해 아시아나항공은 산은과 수은에 빌린 단기차입금 2조5000억원 중 7000억원과 영구채 1800억원을 상환했지만 차입금 의존도는 50%를 상회하며 재무건전성을 위협한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려면 대한항공과의 기업 결합이 필수적이다. 대한항공은 1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해 자금을 수혈한다는 계획이다. 유상증자 이후 아시아나항공 부채비율은 500%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합병 이후 양사가 중복 노선 효율화 및 연결편 강화, 터미널 운영 효율화 작업을 본격화할 경우 합병 과정에서 줄어든 슬롯을 충분히 만회하고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다만 경쟁당국의 합병 승인이 불발될 경우 아시아나항공이 파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재무 상황 악화로 신규 투자가 끊긴 만큼 대한항공과의 합병이 무산되면 아시아나항공의 독자 생존이 힘들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을 살리기 위해선 정부의 추가 대책 또는 제3자 매각이 추진돼야 하는데 합병을 성사시키기 위해 그동안 정부 차원에서 투입된 금액도 천문학적인 데다 조 단위 몸값을 지불할 수 있는 새주인 찾기도 쉽지 않을 수 있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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