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이상 창업·상권시장을 직접 발로 뛰고 얻은 사례들을 책으로 소개한 적이 있다. 책에서 가장 크게 강조한 것은 다음과 같다. 투자자라 하더라도 투자자 관점 뿐 아니라 창업자(임차인) 관점에서 상권에 대해 꼭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에는 창업자들이 놓쳐서는 안될 중요한 권리금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얼마 전 아파트 전세를 살던 세입자(임차인)가 다음 세입자에게 인테리어에 대한 비용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자신이 세들어 사는 기간 설치해서 사용한 아트월(아파트)에 대해 다음 세입자와 협의해 돈을 받은 것이다.
아파트에서는 이 같은 세입자간의 돈 거래가 그렇게 흔한 일이라고 할 수 없지만, 상가에서는 기존 세입자와 신규 세입자 간에 적지 않은 돈이 오가는 일이 잦다. 바로 권리금 때문이다.
권리금의 기본적 개념에 대해 알아보면, 권리금은 일반적으로 해당 점포에 대한 프리미엄이라고 말할 수 있다. 또 영업권리금·시설권리금, 바닥권리금 등 권리금 종류도 다양하다. 이들 권리금은 각 점포마다 금액이 다르며 최근에는 권리금 없는 상가들도 많아지고 있다.
권리금의 종류 중 영업권리금이라는 게 있다. 영업권리금은 기존 임차인과 동일한 업종을 영위하는 신규 임차인이 점포의 영업력을 인정해서 제공하는 것이다. 장사가 잘 되는 음식점의 경우 기존 고객들을 많이 확보하고 있는데, 기존 임차인이 새로운 임차인에게 이 권리금액을 요구하는 것이다.
다만 음식점의 영업권리금은 음식점의 서비스, 맛, 주방장의 노하우 등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적절한 산정기준이 정해져 있지 않다. 또 다른 업종들도 이와 비슷한 이유로 명확한 금액을 정하기 쉽지않다. 수강생 수가 그대로 매출로 연결되어 비교적 영업권리금 산정이 쉽다는 학원 역시 인터넷 강의 및 인기학원으로의 원정수강 등이 많아 권리금 적정성 논란이 적지 않게 일어난다.
다음으로 시설권리금이 있다. 시설권리금은 기존 인테리어나 비품 등을 인수하면서 발생하는 비용이다. 기존 임차인이 인테리어와 시설관리를 잘 해놓은 경우, 신규임차인은 해당 비용을 절약할 수 있기에 기존 임차인에게 시설권리금을 주고 해당 시설을 이어받아 활용하는 것이다. 시설권리금도 영업권리금과 마찬가지로 정확한 산정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다.
또 바닥권리금이 있다. 바닥권리금은 영업권리금과 시설권리금보다 생소하게 받아들여지는 용어인데, 일종의 자릿세라고 볼 수 있다. 입지가 좋은 곳일수록 바닥권리금이 높게 책정되며, 이러한 곳은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권리금뿐 아니라 월세나 보증금 또한 높게 책정되는 경우가 많다.
바닥권리금은 영업권리금이나 시설권리금보다도 더 산정이 어려운게 보통이다. 때문에 가격의 적정성을 따지기 위해 주변시세를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통상적으로는 이 세 가지를 합한 것을 반영해 계약 전 임차인들끼리 서로 의견을 조율해 권리금을 최종적으로 정한다.
다만, 임차인들간의 비공식 거래이기 때문에 임대인(상가주인)과 임대차계약 시에는 보통 계약서상에는 권리금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명시해 별도 조항에 넣는다. 법적으로는 임대인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는 점을 강조해 추후 분쟁소지를 막기 위해서다.
보증금·월세·권리금이 유난히 싼 곳을 조심하는 것이 좋다. 주변 시세에 비해 보증금·월세·권리금 등이 지나치게 낮은 상가는 대체적으로 영업적 여건이 열악할 가능성이 있다. 창업자 중에서는 싼 가격에 혹해 이러한 상가입점에 관심을 두는 케이스가 있는데 주의가 요구된다. 이같은 상가에서 창업한 이후 영업이 잘 안되어 금새 가게를 접는 사장을 적지않게 보았다. 이 경우 투자한 신규 시설비등으로 큰 손실이 발생한다.
한편 코로나19 장기화로 권리금 없는 상가들도 많은 상황인데, 권리금이 없는 상가라고 해서 좋은 상가라고 할 수는 없다. 당장 투입되는 추가 금액은 줄어들지 몰라도 권리금이 없는만큼 상가의 가치가 약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창업자라면 권리금이 없는 상가를 찾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합리적이고 적절한 권리금 수준의 상가에 관심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문제는 권리금의 적정성을 어떻게 판단하느냐는 것이다. 기본적으로는 주변 권리금 시세를 잘 알아보는게 좋고, 인근 상가들의 매출수준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보증금과 임대료를 감안해 적합한 권리금을 책정해봐야 한다.
여기서 창업자들이 염두에 둘 중요한 개념 한 가지를가 있다. 바로 입지가 좋은곳 기준으로 권리금은 1년 간(약 12개월~15개월) 영업해 벌어들일 수 있는 금액이라는 점이다. 이것은 임대료와 인건비를 제외한 순수이익을 말한다. 즉, 1년 영업으로 권리금을 뽑아낼 자신이 없다면 심사숙고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권리금 자체가 1년 간 장사해서 얻은 이익을 이전 영업자에게 지불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물론 점포입지가 우수하고 보증금과 임대료 조건이 좋다면 권리금을 더 지불할 수도 있겠지만 아주 만족스러운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기본적으로 이 기준을 지키는 것이 좋다. 지불한 권리금은 1년 내 뽑아낸다는 생각으로 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뜻이다.
또 권리금 책정 시 보증금을 연관시켜 생각해볼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 권리금은 입지가 아무리 좋아도 보증금의 100% ~ 150% 수준까지는 고려하지만, 보증금의 200%부터는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지불한 권리금은 언젠가 점포의 영업이 종료된다면 다음에 들어오는 임차인에게 지불한 만큼 다시 받고 나갈 수 있어야 한다.
끝으로 신규 최초로 준공된 입지의 상가만은 권리금이 없다. 이 경우 상가가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아가는데 상권의 입지나, 상가규모에 따라서는 보통 2~5년 이상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권리금은 창업자들에게 아주 중요한 사항인만큼, 창업하기 전 권리금 계획을 철저히 세울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권리금 적정성 판단이 어렵다면 주변에 장사경험이 풍부한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하거나 창업 컨설턴트, 혹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나쁘지 않다.
권강수 상가의신 대표·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