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복지법 개정이 아동보호 사각지대 만들 수도

아동복지법·아동학대처벌법 개정안 국회 발의
'교권 4법'으로 학교 현장 충분히 보호 가능

교사들의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데엔 이견이 없다. 다만 아동복지 관련법을 개정해 정서적 학대행위 금지규정까지 바꾸자는 주장은 논란의 소지도 있다. ‘정당한 교육활동’ 기준을 광범위하게 인정하게 되면 자칫 아동학대 관리가 소홀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엔 아동복지법 개정안과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안이 여럿 발의돼 있는 상태다. 현재 국회에 상정된 세 건의 ‘아동복지법’은 큰 틀에서 정당한 교육활동을 위해 아동을 상대로 한 정서적 학대의 고의, 과실 등이 없는 교원에 대해 학대행위를 면책하는 내용이 골자다. 지난 7일 보건복지위 여당 간사인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아동복지법 개정안은 현행법상 교원에 대해 학생생활지도 행위로 인한 경우 정서적 학대행위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서적 학대행위의 범위가 모호해 교원의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교원이 학부모 또는 학생에게서 일방적인 아동학대 신고를 받게 되는 문제점을 개선하자는 시도다.

 

고영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아동복지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아동학대 신고만으로도 교원에게 불명예, 정신적 피해, 교육활동의 위축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교육활동을 보호하기 위해 교원의 정당한 학생생활지도에 대해선 금지행위에서 제외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현재 강기윤 의원안과 고영인 의원안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까지 올라간 상태다. 이 밖에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안도 국회에 발의돼 있다.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에 대해 면책을 부여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하지만 아동학대를 막는 데 구멍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경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문위원은 아동복지법 개정안 검토보고서에서 “개정안은 학생생활지도를 아동학대에서 제외하고 있는데, 현행 아동복지법은 아동학대를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하는 것과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것으로 정하고 있다”면서 “(개정안은) 학생생활지도가 성적 폭력을 포함한 모든 아동학대에서 제외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동 복지 단체들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한국아동권리학회, 한국아동복지학회 등 주요 아동 단체들은 설명서에서 “학교에서 발생한 안타까운 사건이 재발되는 걸 방지하기 위한 노력이 아동학대 피해자들에 대한 보호를 소홀히 하는 결과로 이어져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국아동권리학회 관계자는 “교사들은 정서적 학대를 포함한 모든 유형의 위험으로부터 아동을 보호해야 하며, 교사 또한 학부모와 사회 구성원으로부터 정서적 학대를 포함한 모든 위험으로부터 보호돼야 한다”면서 “교사를 보호하고 이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대책을 수립하는 방법이 아동의 고유한 권리를 침해하는 결과로 이어져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미 지난 21일 ‘초중등교육법’, ‘교원지위법’ 등 ‘교권 4법’이 국회의 문턱을 넘은 만큼 이를 통해 충분히 교권과 교육활동 보호가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다.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내 신설된 제20조의2 제2항은 교원의 정당한 학생생활지도에 대해 아동학대범죄로 보지 않도록 했기 때문이다. 교원4법의 개정 규정은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의 특별 규정 성격으로 우선 적용된다.

 

이달 25일부터 시행되는 ‘교육감 의견 제출 제도’도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교원을 보호하는 역할을 수 있다. 이 제도는 교원이 아동학대로 신고될 경우 시도교육청에서 지자체·경찰·검찰 등으로 ‘교육감 의견 제출’을 의무화하는 것으로, 조사·수사기관은 교육청이 제출한 의견을 의무적으로 참고해야 한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이번 제도 개선으로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가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 이어지는 현장의 어려움이 해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교육감 의견 제출 제도가 현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다음달 중 시도교육청 업무담당자를 대상으로 관계부처 합동 연수를 실시할 예정이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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