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은행이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유지하기로 하면서 엔화 가치가 연중 최저치를 경신하는 등 약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고금리 기조를 유지해 당장 엔저(엔화 가치 하락) 반등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만큼 환 헤지(hedge) 상품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27일 도쿄 외환시장에 따르면 전날 엔·달러 환율은 149엔대를 돌파하며 150엔에 근접했다. 엔·달러 환율이 149엔대를 기록한 것은 11개월 만이다.
이에 따라 엔저가 바닥을 찍었다고 판단해 일본 주식, 채권 등을 매수한 국내 투자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엔화 약세가 장기화되면서 투자 손실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8월 중 거주자외화예금 동향’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거주자의 엔화 예금 잔액은 3000만달러(0.4%) 감소한 82억8000만달러를 기록해 4개월 만에 줄어들었다.
한은 관계자는 “엔화의 경우 거래 요인으로는 소폭 늘어났지만, 비거래 요인으로는 줄어들었다”며 “여기서 비거래요인은 달러 환산을 의미하며, 미 달러화 강세에 따라 환산액이 감소한 것”이라고 말했다. 엔화 예금 순예치 기조는 이어졌지만 달러화로 환산하다 보니 잔액이 줄어든 효과가 났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당분간 엔·달러 환율 반등이 어려워 보이면서 투자자들이 어떠한 전략을 세워야 할지 혼란스러워한다는 점이다. 일본은행이 최근 금융정책 결정회의에서 완화 정책을 현상 유지하기로 하면서 엔화 가치의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여러 당국자가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하고 금융긴축 장기화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연준의 고금리 장기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다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일본 금리가 소폭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금리가 더 크게 상승하면서 엔화 약세가 심화되고 있다”며 “미국 금리 상승에도 일본은행이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지속적으로 유지하자 엔화의 추가 약세 베팅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강달러·엔저 장기화를 고려한다면 환 노출보다 환 헤지 상품이 유리하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점진적으로는 환 노출형 상품이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환 헤지란 외화로 이뤄지는 거래에서 환율 변동으로 생기는 손해를 방지하기 위해 환율을 현재 수준으로 미리 고정하는 행위다. 보통 투자자들이 역외 펀드에 가입할 때 판매사에 환 헤지를 신청하고 비용을 추가로 낸다. 반면 환 노출이란 환차익을 얻기 위한 목적 등으로 환 헤지를 하지 않는 것을 뜻한다.
은경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엔화 약세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면 엔화를 헤지할 필요가 있다”며 “헤지 비용을 고려하더라도 그동안은 엔화 헤지 상품의 성과가 우세했다”고 말했다. 은 연구원은 “그러나 엔·달러 환율이 150엔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추가적인 엔저는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라며 “선물시장 내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확률이 완만하게 상승하고 있는 환경 등을 고려하면 점차 환 노출형 상품에 우호적인 환경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