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원의 산업Talk] ‘방한 관광객 늘면 뭐하나’…면세점 회복 더딘 이유

인천국제공항에서 여행객들이 오가고 있다. 뉴시스 

면세업계가 좀처럼 회복세를 타지 못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외국인 관광객이 크게 늘었지만, 면세점 실적은 개선이 더디다. ‘큰 손’으로 불리던 중국인 단체 관광객(유커)과 보따리상(따이궁)의 소비가 부진한 영향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1분기 매출 819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7% 증가했으나, 영업손실이 280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3개 분기 연속 적자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영업손실액이 157억원에서 52억원으로 줄었으나 여전히 적자의 늪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다.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도 수익성이 좋지 않다. 신라면세점은 1분기 매출 830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59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77% 하락했다. 신세계면세점 역시 매출은 486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이 72억원으로 70% 줄었다.

 

엔데믹 후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는 추세와는 정반대되는 분위기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1∼3월 339만4521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을 찾았다. 팬데믹 전인 2019년 1분기의 88.6% 수준이다.

 

달별로 살펴보면 1월 87만8343명, 2월 102만7813명, 3월 148만8365명으로 관광객 수는 지속 증가세다. 중국인 관광객도 늘었다. 석 달 동안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101만5101명으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이들의 관광이 면세 소비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고환율 여파로 면세점의 가격 경쟁력이 저하되면서 관광객들이 다이소나 올리브영같은 로드숍으로 걸음을 옮겼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내수 경기침체 장기화로 중국인 관광객의 소비가 크게 줄었다”며 “쇼핑 중심에서 체험 중심으로 변한 것도 실적 악화에 영향을 줬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인 관광객이 한국을 여행할 때 ‘쇼핑을 고려한다’는 비중이 2019년 72.5%에서 지난해 49.5%로 뚝 떨어졌다. 

 

그럼에도 면세업계는 마케팅에 총력이다. 신라면세점은 중국 최대 여행정보 및 생활정보 리뷰 플랫폼 ‘메이투안·따종디엔핑’과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롯데면세점은 25일 개최하는 ‘제2회 1883 인천맥강파티’를 통해 중국, 대만, 홍콩 등 10개 국가의 외국인 관광객 1만여명을 한국으로 초대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특허수수료 등 규제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관세청은 면세업체 매출액에 따라 0.1∼1.0%의 특허수수료를 부과한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면세업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2020∼2023년 특허수수료를 50% 감경했지만 임시방편”이라며 “면세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특허수수료를 비롯한 규제들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정원 기자 garden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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