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화 시대로 향하는 금융권] ‘고객 찾아가고, 특화점포 만들고...’ 고령층 챙기는 은행권

영업점 내방 어려운 고령층 대상 방문 서비스 제공
특화점포 개설해 시니어 금융 불편 최소화

경기 고양시 탄현동에 하나은행이 설치한 ‘시니어 특화점포’. 객장 안엔 중·장년층 손님들의 이용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큰 글씨와 단순화된 화면의 ‘창구 번호 표시기’가 설치돼 있다. 하나은행 제공

 

 국내 주요 은행들이 고령층 금융소비자를 대상으로 금융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어 시선을 끈다. 오프라인 영업점 내방이 어려운 고령층을 직접 찾아가거나 특화점포를 개설해 시니어 맞춤 디지털 기기를 도입하는 등 그 방식도 다양하다.

 

◆새로운 기회이자 도전

 

 21일 은행권에 따르면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앞두고 은행들이 이를 준비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데 분주하다. 은행 관계자는 “인구 구조 변화는 경제적, 사회적 변화를 야기한다. 특히 금융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더 크다”면서 “이러한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은퇴 준비 및 연금 관리 등 자산 관리 서비스 상품 개발은 물론 디지털화하고 있는 금융 기술에 편의성을 더하는 등 대응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금융사들은 초고령화 사회를 금융 산업의 도전이자 기회로 보고 있다”라며 “무엇보다 시장 선점이 중요하기 때문에 집중적으로 대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은행은 지속 가능한 경영은 물론 포용적 금융을 실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미 스타트 라인을 끊은 은행들

 

 KB국민은행은 2022년 7월 시작한 고령층 대상 이동점포인 ‘KB 시니어라운지’ 서비스 범위를 넓히고 있다. KB 시니어라운지는 대형 밴으로 고령층이 자주 찾는 복지관을 방문해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서울 내 고령인구가 많은 강서구·구로구·노원구·은평구·중랑구 등 5개 행정구에서 운영해왔는데, 이달부터 인천시 남동구·미추홀구·부평구·서구·중구 등으로 운영 지역을 확대했다. KB 시니어라운지의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로, 전담직원이 ▲현금 및 수표 입출금 ▲통장 재발행 ▲연금수령 등 고령층 금융소비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서비스를 돕는다.

 

 하나은행은 경기 고양시 탄현동 소재 탄현역출장소를 리모델링해 ‘시니어 특화점포’를 신설했다. 중·장년층 손님들의 업무 편의성 향상과 차별화된 공간을 제공하기 위함이다. 이곳은 고령층이 주로 거래하는 업무를 고려해 ▲큰 글씨 안내, 난청 어르신 글 상담 서비스, 쉬운 말 ATM 등 시니어 맞춤 디지털 기기 도입 ▲단순 업무처리를 위한 스마트 키오스크 설치 및 사용지원 전담 매니저 배치 등 디지털 업무처리의 편의성과 ‘휴먼 터치(Human Touch)’의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시설들로 구성됐다고 은행 측은 설명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향후 국가평생교육진흥원과 협업해 제작한 시니어 금융콘텐츠 시청각 자료 ▲시니어 선호 주제 신간 서적 및 오디오북 ▲디지털 금융사기 예방교육 및 디지털 기기 실습 프로그램 등의 콘텐츠도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2021년 12월 시니어 금융소비자 대상 ‘디지털 맞춤 영업점’을 신림동 지점으로 오픈했다. 이 영업점은 ▲업무목적에 따라 컬러 유도선 설치 ▲간편업무 창구 사이에 스마트 키오스크 설치 ▲시니어 고객을 위한 디지털 맞춤 화면 적용 등이 특징이다. 우리은행은 고령층을 위한 ‘효심’ 영업점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 1월엔 3호점인 ‘화곡동 시니어플러스 영업점’을 신설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어르신 고객들에 특화된 금융 서비스와 교육을 제공하면서 공공기관과 협력해 소상공인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지원으로 지역 상생 은행 영업점을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우리은행 동소문시니어플러스 영업점 내부. 높이를 낮춘 대기석 및 카운터, 내부 벽면에 내걸린 한국화 등이 특징이다. 사진=오현승 기자

 

 디지털기기 이용에 익숙지 않은 고령층의 금융편의를 높이기 위한 은행 모바일뱅킹 앱 개선 작업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한 예로 은행들은 금융 당국과 함께 지난해 ‘고령자 모드(현 간편 모드)’를 도입하는 모바일 앱 개선 작업을 마무리했다. 금융소비자는 필요에 따라 일반 모드 또는 고령자 모드를 선택해 사용할 수 있게 됐다.

 

 고령자 모드는 고령층을 모바일뱅킹으로 끌어들이는 데 일부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2022년 말 기준 모바일뱅킹 이용자 중 60대 이상은 10.3%에 그치는 실정이었다. 하지만 고령자 모드 모입 후 해당 모드를 이용하는 60대 이상 연령층의 비중은 27.4%로 집계됐다. 전체 모바일뱅킹 60대 이상 이용자 비중에 견줘 높았다. 금융 당국은 고령자 모드를 저축은행·신협·신용카드사·보험사·증권사 등 다른 금융권으로 확대 출시를 추진하고, 추진과정에서 어려움이 있는지 금융회사의 의견을 청취해 적용사례를 공유한다는 방침이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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