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한 해 고독사 발생 건수는 3000건을 훌쩍 넘어섰다. 최근 5년 새 연평균 증가율은 10%에 달한다. ‘쓸쓸한 죽음’은 사회구조 변화에 따라 가족돌봄과 사회관계망이 약화하고 개인의 고립과 단절이 심화한 데 따른 것이다. 임종 순간까지 인간의 존엄을 보장하기 위해선 우리 사회가 고독사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2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1년 고독사 발생 건수 3378명으로 집계됐다. 매년 전체 사망자의 약 1% 안팎 수준으로, 최근 5년간 연평균 8.8%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무연고 사망자 수도 매해 증가세다.
통상 무연고 사망은 ▲연고자가 없는 사망 ▲연고자를 알 수 없는 사망 ▲ 연고자가 있으나 시신 인수를 거부·기피하는 사망을 뜻한다. 고독사는 이보다 더 넓은 개념이다. 무연고 사망은 시신을 인수할 연고자 존재 여부가 핵심이다. 한 예로 요양병원 치료·보호 중 사망 시 사회적 고립이 아니므로 고독사에는 해당하지 않으나, 시신 인수할 연고자가 없을 경우 무연고 사망엔 해당한다.
최근 홀로 사는 노인에서 중장년층 및 청년층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데다 무연고 사망이 국민의 삶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사회적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장례를 치를 사람이 없는 무연고 사망자에 대해 장례를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선 국민 정서도 대체로 긍정적이다. 장례문화진흥원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2023년도 장례문화 대국민 인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78.3%는 무연고 사망자에 대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장례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장사(葬事)정책이 추진돼야 한다고 답변했다. 이들 가운데 50대와 60대 이상의 비율은 각각 84.9%, 87.5%로 다른 연령대보다 높았다.
장례 사각지대를 좁히기 위한 정책엔 어떤 게 있을까. 대표적인 예가 장례문화진흥원과 복지부가 2022년부터 운영 중인 ‘별빛버스’다. 별빛버스는 조문객 좌석, 빈소 및 고인을 화장시설로 운구할 수 있는 저온 안치공간을 갖춘 무연고 사망자 추모버스다. 분향실 이용이 어려울 경우 장례 의식을 위한 장소로 활용할 수 있다.
새로 꾸려지는 제22대 국회에서 장례 복지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21대 국회에서 발의됐다가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된 법안 중에선 다시 들여다볼 만한 법안도 적잖다.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연고자가 경제적 사정으로 인해 시신 인수를 거부·기피하는 경우 연고자가 장사를 치를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자는 내용을 담은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장사법 개정안)’을 지난해 1월 발의했다. 황운하 조국혁신당(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고독사 예방 협의회’를 복지부 소속에서 국무총리 소속으로 상향하자는 내용의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고독사 방지법) 개정안’을 내놓은 바 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