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발진을 주장하는 사고가 이어지면서 이를 입증할 ‘페달 블랙박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페달 블랙박스는 의자 밑에 설치해 운전자의 발 움직임을 녹화하는 장치로 운전자가 액셀(가속 페달)을 밟았는지, 브레이크(감속 페달)를 밟았는지 입증하는 자료로 쓰일 수 있다.
특히 지난 1일 시청역 역주행 사고, 3일 국립중앙의료원 택시 돌진 사고, 7일 용산구 이촌동 차량 추돌 사고 등 급발진을 주장하는 교통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페달 블랙박스를 찾는 차주가 늘어났다.
한 블랙박스 판매업체의 웹사이트에서는 주간 인기상품 10개 품목 중 1, 2위에 페달 블랙박스 상품이 등장했다. 문의 전화도 기존보다 100배가량 늘었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실제로 페달 블랙박스 영상을 통해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밟고도 감속 페달을 밟은 것으로 오인한 사례가 입증되기도 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지난 2월 유럽연합유엔경제위원회(UNECE) 주관 분과 회의에 참석해 급발진 주장 사고 당시 촬영된 페달 블랙박스 영상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지난해 11월 주택가에서 운전하던 중 담벼락을 들이받은 60대 A씨는 “우회전 중 급발진으로 브레이크를 수차례 밟았으나 작동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페달 블랙박스 영상을 분석한 결과 운전자는 담벼락 충돌 전까지 119m를 7.9초동안 달리면서 한 번도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았다.
페달 블랙박스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이헌승 의원은 최근 ‘자동차 페달 블랙박스 설치 의무화’ 내용을 담은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국내외 완성차 제조사들에게 페달 블랙박스를 옵션화해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권고했다. 당시 제조사들은 개발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난색을 보였다. 해외 수입차에 강제할 경우 통상 마찰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다만 국토부는 최근 급발진 의심 사고가 연달아 발생하자 제조사들을 불러 페달 블랙박스 관련 회의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개인적으로 제 차에 페달 블랙박스를 달려고 한다”면서도 “제조사에 강제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지만 조금 더 적극적으로 권고하겠다”고 전했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