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불거진 시세조종 의혹의 정점으로 꼽히는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한정석 부장판사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김 위원장의 영장실질심사를 22일 오후 2시부터 오후 6시까지 약 4시간 진행했다. 구속 갈림길에 선 김 위원장의 운명은 이르면 이날 늦은 오후에 결정될 전망이다.
김 위원장은 ‘SM엔터 시세조종 혐의에 대해 인정하나’, ‘원아시아 파트너스와의 공모관계에 대한 입장은 어떻나’ 등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은 채 호송차에 올라탔다.
앞서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1시43분께 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들어서면서도 비슷한 질문에 입을 굳게 다물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M엔터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인 12만원보다 높게 설정·고정할 목적으로 시세조종을 벌인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카카오가 지난해 2월 16∼17일과 27∼28일 사이 약 2400억원을 동원해 SM엔터 주식을 장내 매집하며 총 553회에 걸쳐 고가에 매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카카오에는 이 과정에서 금융당국에 주식 대량 보유 보고의무(5%룰)를 이행하지 않은 혐의도 제기됐다.
카카오의 SM엔터 시세조종 의혹 수사는 지난해 10월과 11월 금융감독원 특별사법경찰이 김 위원장 등 카카오 경영진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기면서 본격화했다.
이후 검찰은 경기 성남시에 있는 카카오 판교아지트 소재 카카오그룹 일부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지난 9일에는 김 위원장을 비공개로 소환했다.
검찰은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김 위원장의 시세조종 공모와 관련한 충분한 인적·물적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김 위원장은 지난 9일 20시간이 넘는 밤샘 조사에서 시세조종을 지시하거나 승인했는지를 집중 추궁하는 검찰에 구체적인 매수 방식을 보고 받지 못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