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성을 보다 깐깐하게 평가하는 과정에서 금융권의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이 많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5대 금융지주의 고정이하여신 잔액은 지난 2분기 기준 12조원을 넘어섰으며, 고정이하여신비율 역시 일제히 나빠졌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NH농협금융지주 등 5대 금융의 지난 2분기 기준 고정이하여신은 약 12조3930억원으로 집계됐다. 총여신(2002조4354억원)에서 고정이하여신이 차지하는 비율은 0.62%로, 지난 2019년 1분기(0.63%) 이후 가장 높았다.
금융회사의 대출 자산은 회수 가능성에 따라 정상·요주의·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 등 다섯 단계로 분류된다. 이 중 고정은 연체 기간이 3개월이 넘어간 여신이며 고정이하여신은 부실채권이라고 칭한다. 고정이하여신의 비중이 커졌다는 건 그만큼 회수가 어려운 대출 자산이 늘었다는 셈이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을 회사별로 살펴보면 KB금융과 신한금융이 0.68%로 5대 금융 중에선 높은 편이다. KB금융은 2018년 1분기(0.70%) 이후, 신한금융은 2017년 2분기(0.72%) 이후 최고치다. 농협금융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59%로 2020년 1분기(0.60%) 이후 가장 높았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은 0.56%로 집계됐다.
올해 2분기 고정이하여신이 증가한 건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 기준에 따른 재평가, 책임준공형 관리형(책준형) 사업장 재분류 등 영향이 크다. 금융당국은 지난 5월13일 ‘부동산PF 사업성 평가기준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종전 ‘양호-보통-악화우려’ 3단계인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등급을 ‘양호-보통-유의-부실우려’의 4단계로 세분화했다. 그러면서 금융회사에 보다 엄격해진 평가등급에 따라 6월부터 사업성 평가를 실시토록 했다. 책준형 토지신탁의 경우 PF 사업장 시공사가 준공기한을 지키지 못하면 부동산신탁사에 책임준공 의무가 발생한다. 부동산신탁사가 대체 시공사 선정 등을 통해 기한 내에 준공을 마무리하지 못하면 부동산신탁사의 우발채무가 현실화할 수 있다.
5대 금융지주는 부동산 PF와 관련해 올해 2분기 추가 충당금을 적립하며 리스크 관리에 나섰다. 신한금융은 부동산 PF에 대한 개별 사업성 평가 등을 통해 2714억원의 추가충당금(충당부채)을 적립했다. 우리금융은 2분기 PF와 관련해 충당금 약 800억원을 쌓았다. KB금융은 2분기 부동산신탁에서 쌓은 충당금이 800억원 정도라고 밝혔다. 최철수 KB금융 최고리스크관리자(CRO)는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부동산 시장이 안 좋으면 부동산 신탁에서 갖고 있는 책준형 상품이 가장 큰 타격을 받는다”며 “KB금융은 2분기 중 책준형 상품 사업장을 모두 점검했고, 굉장히 보수적으로 충당금을 적립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보수적인 충당금 적립 기조에도 불구하고 5대 금융은 올해 상반기 사상 최대 수준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5대 금융의 올해 상반기 순익은 총 11조1064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10조8882억원) 대비 2182억원(2.0%) 많았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