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금 미정산 사태로 기업회생절차까지 밟게 된 티몬과 위메프가 지난해 상반기부터 사실상 재무 관리 기능을 박탈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3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모회사인 싱가포르 기반의 이커머스(전자상거래) 큐텐은 지난해 4월 티몬의 조직 개편을 통해 기술 본부를 큐텐으로 통합한 뒤 6월 개발 및 재무 능력까지 흡수했다. 2022년 9월 주식 교환으로 기업을 인수·합병한 지 1년도 안돼서 전자상거래의 주요 기능을 가져간 셈이다. 지난해 5월 인수한 위메프는 인수·합병 즉시 별도의 개편 공지 없이 개발, 재무 파트를 통합했다.
티몬과 위메프는 영업, 마케팅만 운영했다. 그 역시 매달 큐텐에서 판매 건수 목표량이 내려와 이를 맞추는 데 매진했다. 두 업체는 ‘역마진’에 이르는 과도한 판촉 마케팅을 진행했고, 이는 회사의 손실 부담을 키웠다.
업계에선 무리한 운영이 큐텐의 물류자회사인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 목적과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다. 두 업체의 판매 건수가 늘면 물류를 맡고 있는 큐익스프레스의 매출도 증가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결국 대규모 정산 및 환불 지연 사태를 겪고 있는 티몬과 위메프는 지난 29일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양사는 “회생제도를 통해 사업 정상화를 도모하고, 판매 회원들과 구매 회원들이 피해를 받지 않도록 하고자 한다. 뼈를 깎는 자구 방안을 수립하고 실행할 준비도 돼 있다”며 “새로운 자율구조조정 지원 프로그램인 ARS를 신청해 강제 회생절차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구조조정 펀드를 통한 자금조달 추진 여부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법원이 기업회생을 받아들일지 여부는 1주일에서 길게는 한달정도 소요된다. 현재 법원은 티몬·위메프에 대해 보전처분과 포괄적 금지명령을 내린 상태다. 재산 보전처분은 채무자가 재산을 소비하거나 은닉, 채권자에게 담보를 제공하거나 변제하는 등의 행위를 막기 위해 채무자의 재산을 묶어두는 것을 의미하고, 포괄적 금지명령은 채권자가 채무자에 대한 강제집행 등을 금지하는 것을 뜻한다.
일각에서는 두 기업이 형사 책임을 줄이기 위해 발 빠르게 회생 신청을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회생 신청을 하면 법원 결정이 나기까지 매출 채권 등 자산이 동결된다. 그러면서 회생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수년간 채무를 분할 상환하기 때문에 실제 채권자들이 돈을 돌려받기 어려울 수 있다. 이는 미지급에 대한 변명거리로 충분하다.
만약 티몬과 위메프가 판매 대금을 제때 지급하기 어려운 사정임을 알면서도 입점업체와 계약하고 물품을 판매했다면 사기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또 판매자에게 지급할 대금을 다른 용도로 사용했다면 경영진에 횡령·배임 혐의를 물을 수 있다. 현재 법무부는 큐텐의 구영배 대표이사 등을 출국금지 조치했고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이준동 반부패수사1부장을 팀장으로 하는 티몬·위메프 사태 전담 수사팀을 구성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신정원 기자 garden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