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글로벌 금융시장은 온탕과 냉탕을 오가고 있다. 주요국 증시가 새파랗게 질렸다. 시장에선 최근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키운 요인 중 하나로 엔화 강세와 맞물린 ‘엔 캐리 트레이드(Yen carry trade) 청산’을 꼽는다.
캐리 트레이드란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국가의 통화를 빌려 더 높은 기대수익률을 보이는 국가의 주식·채권 등의 자산에 투자하는 방식을 뜻한다. 자본 손익과 환차익을 동시에 추구한다. 차입 통화로는 일본 엔화, 스위스 프랑 등이 대표적이다. 타깃 통화로는 호주 및 뉴질랜드 달러 및 금리 인상기의 미 달러와 유로화를 들 수 있다.
이 중 0%대 안팎의 저금리를 장기간 유지한 일본의 엔화를 차입해 고금리 통화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는 특히 유명하다. 교보증권은 “오랜 경기 불황에 따라 일본 중앙은행(BOJ)이 양적 완화 통화 정책을 지속했던 만큼 (엔화는) 낮은 수준의 금리를 장기간 유지해왔다. 상대적으로 엔화의 환율 변동성도 제한적이었다”고 분석했다.
엔 캐리 트레이드는 기본적으로 차입 대상 통화인 엔화가 비교적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는 흐름 속에 진행된다. 1990년대 일본 경제의 장기불황 극복을 목적으로 일본 정부와 BOJ가 적극적인 금리 인하 정책을 실시한 게 엔 캐리 트레이드를 촉발한 측면도 크다. 당시 저금리로 조달한 엔화로 해외에 투자하는 현상이 급증했다. 특히 외국인의 엔화 차입 투자 못지않게 일본 내국인의 해외투자도 많이 늘어났다. 이른바 ‘와타나베 부인’이 탄생한 게 이 무렵이다. 와타나베 부인은 일본에서 낮은 금리로 엔화를 빌려 외화로 환전한 뒤 해외의 고금리 자산에 투자(엔 캐리 트레이드)하는 일본의 중산층 및 상층 주부 투자자들 일컫는 용어다. 일본의 개인 외환투자자들을 통칭하는 용어로 확장해 쓰이기도 한다.
올해 3월과 7월 두 차례 이뤄진 BOJ의 정책금리 인상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시사로 최근 엔화 가치는 빠르게 뛰었다. 엔화 절상이 급격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을 유발해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키웠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엔화 가치 상승에 따른 환차손 이외에 이에 따른 타깃 통화국 주식의 가치가 하락하면 향후 엔화를 활용한 투자자금이 대규모로 빠져나갈 수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캐리 트레이드가 투기자본에 의해 주로 활용될 경우 특정 시장에 한꺼번에 투자하고 한꺼번에 자금을 회수하는 투기자본의 집단적 투자성향으로 금융시장이 큰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공포가 극대화됐던 지난 5일, 글로벌 주요국 증시는 ‘블랙 먼데이(검은 월요일) 쇼크’를 피하지 못했다. 일본의 대표지수인 닛케이225는 전 거래일 대비 12.4% 폭락했고, 같은 날 미국 나스닥과 S&P500은 각각 3.43%, 3.00% 하락했다. 국내 증시도 패닉장이었다. 한국의 코스피와 코스닥의 전 거래일 대비 하락률은 -8.77%, -11.30%를 기록했다. 신윤정 교보증권 선임연구원은 “환율 변동성이 확대돼 엔화 강세 폭이 강해진다면 이번에 청산되지 않았던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유출되면서 글로벌 증시의 하방 압력을 다시 한 번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