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와 경기침체 여파로 지난 8월 새로 경매 신청된 물건 수가 동월 기준 18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7일 법원 경매정보 통계와 법무법인 명도에 따르면 올해 8월 신규 경매 신청 건수는 총 1만149건으로 지난해 8월(8833건) 대비 14.9% 늘었다. 이는 2006년 1만820건 이후 역대 8월 기준으로 18년 만에 가장 많은 물량이다.
경매 신청 건수는 유찰 물건이 누적되는 경매 진행(입찰) 건수와 달리 채권자들이 신규로 경매 신청을 한 물건의 수다.
고금리 장기화와 경기침체로 인해 대출금을 갚지 못한 채무자가 늘어남에 따라 경매 신청이 증가했다. 지난해 연간 신규 경매 신청 건수는 2019년 이후 4년 만에 10만건(10만1147건)을 다시 넘겼다.
올해 경매 신청 건수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8월까지 누적 신청 건수가 8만2287건으로 지난해 동기(5만5859건)보다 25%가량 많다. 현재 추세면 올해 신규 신청 건수는 12만건을 넘어서며 부동산 시장 침체기던 2013년(11만9166건)을 넘어 금융위기 때인 2009년(12만4252건) 이후 15년 만에 최다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올해 경매 물건 증가는 고금리와 경기침체로 자영업자들이 타격을 받으며 상가 경매 신청이 늘고, 전세 사기 여파로 빌라(연립·다세대)나 오피스텔 경매가 예년보다 증가한 영향이 크다.
법원경매정보회사 지지옥션 집계 결과, 지난해 상반기 월 500∼600건에 그쳤던 서울 빌라 경매 진행 물건 수(입찰 건수)는 올해 들어 2배가 넘는 월 1200∼1500건에 육박하고 있다. 신규 경매 신청은 계속 늘어나는데 유찰이 거듭되면서 경매 물건이 적체되는 것이다.
업계에선 최근 대출 규제 강화로 집값 상승세가 주춤하고 일반 매매가 급감하면서 아파트 위주로 나타났던 경매 열기도 한풀 꺾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9월 전체 법원 경매 응찰자 수는 평균 3.65명으로 지난해 11월(3.4명)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9월 서울 아파트 응찰자 수도 평균 6.62명으로 올해 들어 가장 적었다.
강은현 경매연구소장은 “추석 연휴를 전후해 아직 낙찰가율은 큰 변화가 없지만, 추석 이후 입찰 열기는 확실히 추석 전만 못한 게 체감된다”며 “경매 물건 수가 계속 늘어나고 집값 하락세가 본격화되면 낙찰가율도 점차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