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사라졌다.”
이달 중순까지 한낮 기온이 20도를 상회하는 이상 고온이 지속되면서 가을 옷 구입을 미룬 소비자들이 많다. 올해 역대급 한파가 찾아온다는 예고에 희망을 걸었던 유통업계는 본격적인 겨울을 맞아 의류 할인 행사로 성수기인 4분기 실적 방어에 돌입한다.
1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 가을 이상고온 여파로 올해 3분기 백화점 3사의 영업이익은 뒷걸음질쳤다.
롯데백화점의 3분기 매출은 7553억원, 영업이익은 70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8%, 8.0% 감소했다. 현대백화점도 매출 5683억원, 영업이익 710억원으로 각각 2.1%, 11.0% 줄었다.
신세계백화점은 3분기 매출이 6196억원으로 2.5%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883억원으로 4.8% 빠졌다.
가을 시즌이 되면 매출이 늘어나는 아웃도어, 스포츠, 골프 등 의류가 예년과 달리 특수를 누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고물가와 소비 침체 여파로 의류 지출이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쳤다.
다만 최근 들어 급격하게 영하권 기온이 찾아오면서 의류 수요가 늘어나자 유통업계는 ‘코리아 세일 페스타(코세페)’와 연계한 의류 할인 행사를 전개하고 나섰다.
백화점 3사는 지난 15일부터 올해의 마지막 정기 세일에 돌입했다. 고가의 아우터를 주력 행사 품목으로 앞세웠다.
롯데백화점은 600여개 브랜드가 참여하는 ‘2024 라스트 세일’을 다음달 1일까지 진행한다. 겨울철 필수 아이템인 구스 다운과 매년 꾸준한 인기인 숏패딩, 롱패딩까지 전 상품군에 걸쳐 10~50%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신세계백화점의 올해 마지막 정기 세일은 패딩, 코트, 모피 등 겨울옷 물량을 지난해보다 20% 이상 늘린 것이 특징이다. 현대백화점도 패딩·코트 등 아우터 물량을 브랜드별로 지난해보다 최대 20% 이상 늘렸다.
온라인 플랫폼도 의류 수요를 정조준하고 있다. 실제로 갑작스러운 영하권 추위에 방한 패션 상품에 대한 수요는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무신사가 운영하는 셀렉트숍 29CM에서는 지난 1일부터 14일까지 2주간 패딩, 무스탕, 코트 등 헤비 아우터 거래액이 직전 2주 대비 3배 증가했다. 평년보다 따뜻한 날씨가 이어졌음에도 전년 동기보다 104% 증가한 수치다. 올해 한파가 예고된 가운데 유통업계가 대대적인 세일에 들어가는 시기에 방한 아이템을 미리 준비하는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본격적인 영하권에 접어드는 이번 주부터는 이러한 구매 흐름이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29CM는 이러한 수요에 맞춰 다음달 1일까지 겨울 방한 아이템 기획전을 실시한다.
신세계그룹 계열 이커머스 G마켓과 옥션은 오는 20일까지 ‘방한·아우터 패션 포커스 위크’ 프로모션을 열고 겨울 맞이 아우터와 방한템을 할인 판매한다. 남성 패딩 최대 79% 할인 등 풍성한 특가 상품을 준비했다. 또 G마켓 상품기획자(MD)가 엄선한 금주의 특가 상품으로 ‘블랙야크 다운자켓’, ‘닥스·헤지스 장갑’, ‘호주 어그 어그슬리퍼’ 등을 선보인다.
롯데쇼핑의 e커머스플랫폼 롯데온은 다음달 말까지 외투부터 가전까지 겨울 필수품을 혜택가에 선보이는 ‘최강 윈터 페스타’를 릴레이로 진행한다. 다음달 8일까지 이어지는 1차 행사에서는 키즈 외투 상품군에 적용 가능한 30% 할인 쿠폰을 제공한다. 또한 에고이스트·아이더·룩캐스트 등 주요 브랜드의 아우터를 특별 할인가에 선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은 4분기가 전통적인 성수기인데, 이는 외투 등 겨울 의류의 단가가 높기 때문”이라며 “올 가을 고온으로 신상품 판매에 애를 먹었지만 겨울을 맞아 이를 만회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